[사랑과 자비]전도에도 예의 갖춰야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한 달 전에 경험한 일이 아직도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하철역 부근이나 전동차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인데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 쓴 헝겊을 어깨에 두른 채 40대 중반의 남성이 전도를 하는 것이었다. 그 날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그 전도자가 내게 바짝 다가와 “예수를 믿으시오” 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어떻게 수도복 입은 사람에게 전도한단 말인가. 맞은편 사람들이 나서서 “아니 수녀님이 예수를 안 믿으면 누가 믿어요?”하고 제지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네가 무슨 상관이냐? 내가 너한테 말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여 시비를 걸더니 목덜미를 잡고 “너 죽고 싶어? 그러면 지옥 가, 무섭지 않아?”라고 협박했다. 앉아 있던 옆 사람이 일어나 가볍게 한번 팔을 쳤는데 전도자가 쓰러졌다. 그때 나는 목적지 역에 전동차가 멈춰 내려야 했다. 승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시간 맞춰 병원에 가는 길이라 어쩔 수 없었다.

걸으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왜 상대방의 종교, 또는 교파를 존중하지 않고 무례하게 차 안에서 큰소리로 전도하는 것일까. 전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피곤한 도시생활에서 눈을 붙이며 조용히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짜증스러운 소음 공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교회에 가고 싶은 사람도 이런 방법으로는 교화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전도자를 보내는 교회라면 과연 올바른 신앙을 가르칠 수 있을까.

인간이 선택한 종교는 진리를 알고, 신을 추구하는 중요한 도구다. 종교 자체를 삶의 궁극적 목표로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다. 종교의 본질은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다. 인간이 종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이 가끔 이 원리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달 5일부터 23일까지 서로 종교가 다른 여성 수도자들의 모임인 ‘삼소회’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함께 기도하면서 불교, 원불교, 그리스도교의 국내외 성지를 순례하고 왔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지구 가족(Global family)의 평화를 위해 종교 화합의 정신을 배워야겠다.

오카타리나 수녀·성공회 성가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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