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그룹 ‘넥스트’의 ‘넥스트’(다음)는 바로 ‘재결합’이었다. 1995년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2-더 월드’ 앨범 때부터 활동한 김세황, 이수용, 김영석(베이스)이 1997년 그룹 해체 이후 9년 만에 ‘넥스트’를 다시 찾았다. 여기에 5집 멤버인 데빈 리(기타)와 새 멤버이자 탤런트 지현우의 형인 지현수(키보드)까지 가세해 2일 5.5집 앨범 ‘리게임?-더 세컨드 팬 서비스’를 발표했다. 1992년 결성돼 특유의 실험성으로 한국 록 음악의 한 축을 이끌어 갔던 ‘넥스트’. 14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로운 ‘게임’을 외치고 있다.
▽신해철=5집 멤버였던 쭈니, 쌩, 동혁이 개인 활동 때문에 팀을 탈퇴한 후 파트별로 베스트 연주자를 영입하려고 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넥스트’ 예전 멤버들이 1등이더라고요. ‘구관이 명관’이라고….
▽이수용=집에서 자고 있는데 해철이 형한테 전화가 왔어요. 처음에는 세션 정도로 생각했는데 “너 이제 우리 멤버야”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죠. 마지못해 응하는 척 대답했지만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데요.
▽지현수=3년 전 ‘넥스트’ 키보디스트 오디션에 응한 것이 인연이 돼 이번에 합류했어요. 그 당시 불합격한 이유를 지금에서야 들을 수 있었는데 ‘잘 생기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었대요. 해철이 형은 “그때 사실 너 1등이었어”라며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해주었어요.
신해철의 표현을 빌리자면 5.5집은 히트곡 리메이크 앨범이자 그의 ‘한풀이 앨범’이다. 신해철은 “‘그대에게’ 같은 초창기 곡들이 대학축제 때만 되면 18년 전 촌스러운 사운드 그대로 나와 아예 사운드를 보강해 2006년 버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다른 뮤지션들의 참여에 인색했던 ‘넥스트’가 윤도현(‘날아라 병아리’ 하모니카 연주), 채연(눈동자), ‘먼데이 키즈’(인형의 기사)를 참여시킨것도 주목할만한 점.
여기에 ‘넥스트’의 ‘제 7 멤버’와도 같은 60인조 체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그들의 록 사운드와 크로스오버했다. 다만 ‘뉴 익스페리먼트 팀(New Experiment Team)’이라는 팀명에 걸맞은 실험적인 모습은 ‘한풀이’에 가려진 듯하다. 신해철 특유의 시니컬한 사회 비판 대신 부드러운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팬들에게 ‘서비스’될 뿐이다.
▽신=‘넥스트’의 부드러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지난 앨범 ‘개한민국’을 듣고 입이 툭 튀어나왔대요. 5.5집은 예전 멤버도 다시 왔고 한 번 쉬어가자는 의미가 강한 앨범이죠. 호사가들은 또 “상업적인 음반”이라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신경 안 써요.
▽김세황=한국의 ‘팬덤’은 그 형태가 찌그러든 것 같아요. 음악 자체보다 이젠 ‘음반 몇 장 팔렸느냐’ 묻는 게 우선이죠.
▽신=1997년 우리가 해체했을 때 주위에서는 “너네 숨소리만 녹음해도 30만 장은 팔릴 텐데 왜 해체하느냐”라고 뜯어말렸죠. 성공과 실패가 고작 음반 판매량 하나로 평가되고 노래를 좀 쉽게 만들면 상업적이라고 비판하니 도대체 우리나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예의가 없는 듯해요.
이들의 불평을 듣고 있자니 왠지 다음 앨범은 하드코어 록 사운드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신해철이 “언젠가부터 저한테 악역이 떨어졌어요. 하지만 반대로 ‘착한 신해철’을 사람들은 더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라며 웃었다.
5.5집으로 뭉친 6명의 록 청년들. 갈 길은 멀다. 2006 독일 월드컵 응원가, 올 하반기에 발표할 6집 ‘666’ 앨범, 그리고 유럽과 일본 진출을 위해 ‘유로 넥스트’ 앨범 작업까지…. 여전히 그들의 ‘넥스트’(다음)는 궁금하다.
▽신=‘H.O.T.’와 ‘god’ ‘동방신기’…. 14년간 활동하면서 우리의 ‘라이벌’들이 뜨고 졌지만 ‘넥스트’는 그대로였죠. 늘 그렇듯 가요계 정상을 꿈꾸지 않아요. ‘밴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는 것. 그게 ‘넥스트’의 미래랍니다. 생각보다 소박하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