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 한국영화 흥행사를 새로 쓰다

  • 입력 2006년 3월 5일 17시 20분


'왕의 남자' 흥행신기록영화 '왕의 남자'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합
'왕의 남자' 흥행신기록
영화 '왕의 남자'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합
영화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 제작 이글픽쳐스·씨네월드)가 5일 오후 전국 관객 1175만 명을 넘어서며 한국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영화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집계에 따르면 '왕의 남자'가 이날 전국에서 관객 1175만 명을 넘어서면서 2년여만에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6135명)가 가진 역대 최고 관객 기록을 깨뜨린 것이다.

'왕의 남자'의 관객 기록은 개봉(지난해 12월 29일) 67일만에 이룬 것.

'태극기…'가 기존 최고 흥행기록을 달성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개봉 100일 째)보다 1개월이상 짧은 것이다.

당초 개봉 4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는 같은 수의 관객을 39일 만에 모은 '태극기…'에 비해 '관객 동원력'이 떨어지는 듯 보였지만 강력한 뒷심을 발휘하면서 '태극기…'의 흥행 속도를 추월했다.

'왕의 남자'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종영 시기가 다가오면서도 예매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왕의 남자'는 개봉 뒤 연속 8주간 예매순위 1위를 지켜오다가 지난 주말 처음으로 '음란서생'(2월 23일 개봉)에 1위자리를 내줬지만 아직도 각종 영화 사이트에서 예매율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왕의 남자'는 '태극기…'의 절반 수준인 255개 스크린으로 출발했지만 개봉 2개월이 지난 5일에도 전국 225개 스크린을 유지하고 있다.

시네마서비스 관계자는 "4일 하루 동안에만 6만 명의 관객이 들 정도"라며 "지금 추세라면 1200만 관객 돌파는 시간문제고 1300만 명까지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차례 이상 관람한 관객이 많아 '왕남 폐인' 신드롬을 만들어내 '왕의 남자'는 흥행면에서 취약한 사극 장르였고 출연진에 대형 스타가 없었으며 순제작비 43억원이라는 작은 규모의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과를 이뤄내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작사 측은 1000만 관객 돌파 때와 마찬가지로 흥행 신기록을 수립했다고 해서 별도의 이벤트를 열지는 않았다.

3일 대한극장과 서울극장에서 이준익 감독과 정진영, 감우성, 이준기, 강성연 등 주요 배우들의 무대인사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으로 새 기록 돌파를 자축했다.

'왕의 남자'의 흥행 성공은 최근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와 맞물려 기뻐하기만 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최근 "'왕의 남자' 흥행 성공을 스크린쿼터와 연관짓지 않을 수 없다"며 "('왕의 남자'의 흥행 성공은 스크린쿼터의) 암살자에게 총을 쥐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축구로 말하면 우리 영화계에 '왕의 남자'가 자살골을 먹인 것이다"라는 말로 답답한 심경을 표현했다.

그는 "우리 영화의 성공으로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려는 정부 측에 논리를 제공해준 셈이 됐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 정진영은 "'왕의 남자'의 성공으로 스크린쿼터 자체의 당위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기뻐해야 할 시점에 한국 영화계가 위기를 맞아 참 답답하다"며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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