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가 연극 한 편을 만든다. ‘연극 가족’으로 유명한 배우 전무송(65) 씨 가족. 모두 대학로에서 활동해 왔지만 가족이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기는 처음이다.
화제의 작품은 17일 서울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상당한 가족’. 이 작품에서 전 씨는 딸 현아(34), 아들 진우(31) 씨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연출은 사위 김진만(37) 씨가 맡는다.
전 씨는 “딸과는 오래전에 연극을 한 번 같이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온 가족이 나서기는 처음”이라며 “걱정 반 기대 반”이라고 말했다.
‘상당한 가족’은 전 씨의 딸 아들 사위가 함께 만든 극단 ‘꼭두’의 작품. 사위 김 씨가 대표다.
전 씨는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어울리는 배역이 있으니 같이해 보자고 권해서 무대에 서게 됐다”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딸 현아 씨는 연극 무대뿐만 아니라 ‘여인천하’ ‘토지’ 등 TV 드라마에도 출연해 낯익은 인물. 아들 진우 씨는 국립극단의 연극 ‘떼도적’ ‘베니스의 상인’ 등에 출연했다.
연극 ‘환’ 등을 연출한 사위 김 씨는 1980년대 TV 청소년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 ‘무동이네 집’ 등에 출연했던 아역 배우 출신이다. ‘상당한 가족’은 프랑스 연극 ‘마님의 모친상’을 우리식으로 번안한 코미디. 현아, 진우 씨 남매가 주인공 부부로 출연하고, 전 씨는 엉뚱한 성격의 조연인 운전사 역할을 맡았다.
자식들이 자신의 뒤를 이어 배우가 된 것에 대해 전 씨는 “연극만큼 좋은 인생이 어디 있느냐”며 “애들이 열심히 해 줘서 고맙고, 앞으로 기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하는 선배들이 언젠가 (우리 애들 연기를 보고) ‘너보다 낫더라’라고 말해 서운하면서도 기뻤다”는 말로 은근히 자식 자랑을 했다.
연출가 사위가 ‘동아연극상’ 수상자이자 연기 경력 45년째인 장인을 모시고 작업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껄껄 웃었다.
“아유, 오히려 내가 늘 야단맞아요. 나는 어떻게 하자고 말을 일절 하지 않고, 그저 연출가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어요.”
공연은 4월 16일까지. 02-741-6779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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