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6>蒙(몽)

  • 입력 2006년 3월 8일 03시 05분


‘蒙(몽)’에는 ‘입다, 덮다, 받다, 숨기다, 어리석다, 어둡다, 어린 사람’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蒙’에는 무슨 이유로 이렇게 다양한 의미가 생긴 것일까?

모든 동물이 그렇듯이 돼지도 새끼를 낳을 때는 자신과 새끼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숨기려 한다. 그래서 돼지가 새끼를 낳을 때, 주인은 돼지우리를 거적 같은 것으로 덮어 주었다. ‘蒙’은 이러한 상황을 나타낸 한자다. ‘蒙’은 ‘>(풀 초)’, ‘멱(덮을 멱)’, ‘豕(돼지 시)’가 합쳐진 글자인데, 이는 돼지우리를 풀로 덮어 준 모습이다. 돼지우리는 거적을 덮어쓰고 있으므로 이로부터 ‘입다, 덮다’라는 의미가 나오고, 돼지를 가리기 위하여 거적을 씌웠으므로 ‘숨기다’라는 의미가 나온다. 돼지 새끼는 아무것도 모르므로 ‘어리석다’라는 의미가 나오며, 거적으로 덮여 있는 돼지우리의 내부는 어두울 것이므로 ‘어둡다’라는 뜻이 나온다. 또한 돼지 새끼가 은유되어 ‘어린 사람’이라는 뜻이 나온다. ‘豚兒(돈아)’라는 말이 있다. ‘豚’은 ‘돼지’이고 ‘兒’는 ‘어린 아이’라는 뜻이므로 이는 ‘돼지 새끼’라는 말이 된다. 예전에는 자기 자식을 남에게 소개할 때 ‘저의 豚兒를 보내오니 …’와 같이 이 말을 썼다. 이는 자기 자식에 대한 겸손의 표현인 듯하다. ‘無知’는 ‘아는 것이 없다’는 뜻이고, ‘蒙’은 ‘어리석다’, ‘昧(매)’는 ‘어둡다’는 뜻이므로 ‘無知蒙昧(무지몽매)’는 ‘아는 것이 없어 어리석다’는 말이 된다. 예전의 어린이들이 공부하던 ‘童蒙先習(동몽선습)’이라는 책이 있다. ‘童’은 ‘어린이’, ‘蒙’도 ‘어린이’, ‘先’은 ‘먼저’, ‘習’은 ‘익히다’라는 뜻이므로, 이 책은 ‘어린이가 먼저 익혀야 하는 책’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朦(몽)’은 ‘月(달 월)’과 ‘蒙’이 합쳐진 글자이므로 ‘달빛에 덮여 있는 상태’, 즉 ‘흐리다’는 뜻이고, ‘몽(몽)’은 ‘심(마음 심)’과 ‘蒙’이 합쳐진 글자이므로 ‘마음이 덮여 있는 상태’, 즉 ‘마음이 어둡다, 어리석다’라는 뜻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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