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를 한국 땅으로?…한국인 부동산투자 바람

  • 입력 2006년 3월 8일 03시 05분


“별장 사세요”제주도보다 더 가까운 일본 쓰시마 섬에 한국인 관광객과 부동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쓰시마 섬의 한 마을 앞에 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한국어 광고 간판이 세워져 있다. 쓰시마=전영한 기자
“별장 사세요”
제주도보다 더 가까운 일본 쓰시마 섬에 한국인 관광객과 부동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쓰시마 섬의 한 마을 앞에 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한국어 광고 간판이 세워져 있다. 쓰시마=전영한 기자
“아름다운 섬 쓰시마(對馬) 섬을 가지세요.”

3일 일본 쓰시마 섬 도요타마(豊玉) 정에 있는 국립공원 아소(淺茅) 만 인근 한 어촌에 들어서자 한국어 대형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인도 쓰시마 섬의 토지와 건물을 살 수 있다는 부동산 광고였다. 최소 거래액은 2000만 원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실제 부동산을 산 한국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마을의 한 주민은 리모델링을 마친 한 별장을 가리켰다. 그는 “한국인 별장이 서너 채 있다”면서 “한국인과 협상 중인 주민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일본 땅이지만 일본 본토보다 부산에 더 가까운 쓰시마 섬. 이곳에 한국인의 부동산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2004년부터 꿈틀거리던 부동산 투자와 관광이 일본이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단기비자를 한시적으로 면제한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다. 지난해 쓰시마 섬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3만6000여 명으로 2004년(2만여 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1999년부터 부산∼쓰시마 섬 노선을 독점 운항해 온 대아고속해운 백석기(白碩基) 상무는 “한국인 관광객이 매년 2배 가까이 늘고 있다”면서 “지난해에는 서울, 경기 지역 관광객도 15%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쓰시마 섬 전체 관광객의 90% 이상이 한국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세우려는 한국인 투자자도 늘고 있다. 쓰시마 섬 이즈하라(嚴原) 정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관광호텔과 한국 여행사가 운영하는 민박집 3곳이 지난해 생겼다.

부동산중개업자 니시야마 마사하루(69) 씨는 “지난해 한국인의 거래를 6건 성사시켰다”면서 “부동산 상담을 한 한국 기업만 200여 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대부분 별장, 숙박업소, 골프장 등 여행객 편의시설에 투자하고 있으나 이곳이 5, 6년 안에 유명 관광지로 부상해 땅값이 치솟을 것으로 보고 투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말이다.

10년 전 평당 100여만 원이었던 쓰시마 섬의 땅값이 경기침체로 평당 10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관광객이 늘고 있어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지난해 아소 만 인근에 100평 규모의 민박집을 세운 ㈜오션베이투어 김경남(36) 사장은 “쓰시마 섬은 외국이지만 한국에서 가깝고 제주도에 비해 땅값도 싼 편”이라고 말했다.

쓰시마 섬 행정 당국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쓰시마 섬이 속해 있는 나가사키(長崎) 현은 2004년 토지 이용 및 취득 규제를 완화하는 ‘쓰시마 섬 특구’ 법안으로 외국인도 주민등록증만 내면 부동산을 살 수 있게 했다. 또 쓰시마 섬 당국은 외국 기업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다.

부산 영도에서 바라본 일본 쓰시마(對馬島 : 대마도)

한국인 투자가 늘고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한류(韓流)가 거세지고 있다. 대다수 음식점과 술집이 한국어로 된 간판과 차림표를 갖추고 있다. 또 올해는 모든 도로 이정표에 한국어가 병기된다.

한국 TV 프로그램만 방영하는 채널이 생겼으며, 쓰시마 섬 당국은 일반인을 상대로 한 한국어 강좌를 개설했다. 공무원과 술집, 음식점 종업원들은 대부분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

쓰시마=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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