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변죽만 울린 한류 간담회

  • 입력 2006년 3월 11일 03시 09분


“자료에 좀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고 러프해서요. 감안해 주세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연예음악산업 및 한류 발전을 위한 간담회’. 발표문을 요청하는 기자에게 행사를 주최한 한국연예제작사협회 간부가 한 말이다.

발표문 준비는 부실했지만 참석자 면면은 화려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해 이미경 국회 문화관광위 위원장, 김두관 조배숙 최고위원, 우상호 노웅래 안민석 서혜석 김재윤 의원 등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이 대거 자리를 채웠다. 업계 쪽에서는 송문상 한국연예인제작협회 부회장, 홍승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하광훈 씨, 가수 ‘SG워너비’, 태진아 씨 등이 나섰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문제점이 ‘폭넓게’ 지적됐다. 기획·제작자들은 발제문을 통해 △간접광고가 대중음악 분야에는 금지된 점 △이동통신사들의 디지털 음원 수익 배분 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통화연결음 수익의 50%는 이동통신사, 음악제작자는 25%) △MP3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규제 필요성 등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인과 음악인들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1시간 반여의 간담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음악제작자들도, 정치인들도 한류 발전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은 벌이지 못했다. 간담회 시작과 함께 정 의장이 “정책, 법률, 예산의 뒷받침을 통해 연예음악계의 잠재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선언적으로 말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자신들의 묵은 고충을 정치권 실세들에게 부각시키기에 바빴던 연예음악제작자들과 일반론 수준의 대답을 반복한 정치인들. 참석자들 모두 한류의 미래를 걱정하긴 하겠지만 이런 전시성 간담회로 한류 확산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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