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의 모토다.
1998학년도에 처음 신입생을 선발한 이 학교의 디자인과는 짧은 역사와 얼마 되지 않은 졸업생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학생 선발과 교육 및 연구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 학교는 ‘수능시험과 실기’라는 전통적인 미대 입시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필기(국어 영어) 실기 구술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1단계 평가에서 필기(50%) 실기(40%) 고교 내신성적(10%)으로 약 2.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실기와 구술시험을 50%씩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실기는 데생 등 입시생들이 학원이나 과외로 준비하는 규격화된 표현력이 아니라 상상력 측정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2006학년도 입시에서 출제된 실기 문제는 ‘제시된 의자를 상하 180도 뒤집힌 형상을 가상해 사실적으로 표현하라’(1단계)와 ‘서울의 고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겨울 빙판길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데 유용한 신발을 디자인하라’(2단계)였다.
구술시험은 5명의 지원자가 40분간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논리력 측정에 비중을 두고 있다. 2006학년도 구술시험 주제는 ‘2008년 중국 올림픽 때 디자이너가 제시할 수 있는 베스트 상품’ ‘남북통일에 대비해 디자이너가 북한을 위해 해야 할 일’ 등이었다.
학과장인 박지수 교수는 “눈에 보이는 것을 능숙히 표현할 수 있는 학생보다 미숙하더라도 ‘다르게’ 보는 학생을 원한다”며 “이를 위해 입시도 미리 준비할 수 없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자인과 입학생 중에는 평범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 미술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거나 실업고 출신도 있다. 다른 대학의 디자인과를 다니다 오거나, 직장생활을 하다 입학한 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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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심사도 까다롭다.
졸업 작품의 심사를 교수들이 하지 않는다. 전공별로 3명씩 현장 디자이너를 초빙해 학생들이 이들 앞에서 졸업 작품을 발표한다. 합격률은 매년 60∼70% 수준. 2005년에는 21명 중 13명이 졸업 심사를 통과했다.
이 학교는 또 연구나 프로젝트에서도 실험성이 강한 것을 선호하며 국내 최초로 ‘문화디자인’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 문화디자인은 국가 도시 기업의 철학과 정체성을 총체적으로 담을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교수들은 문화디자인 연구의 일환으로 국립부여박물관 백제역사재현단지 국립민속박물관 등 여러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이동전시버스 디자인을 담당한 김성룡 교수는 “단순히 유물만 전시해 놓은 박물관으로는 감흥을 주기 어렵다”며 “옛 사람들의 실제 삶과 생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박물관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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