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콘서트’(서울 예술의 전당), ‘모닝 콘서트’(경기 부천시 복사골문화센터), ‘브런치 콘서트’(경남 김해 문화의 전당), ‘마티네 콘서트’(경기 성남아트센터), ‘높빛 아침 음악 나들이’(경기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 극장), ‘아침을 여는 클래식’(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음악이 가르쳐 준 비밀-뮤직테라피’(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11시 모닝콘서트’(울산문화예술회관)….
해설을 곁들인 클래식 음악회를 찾은 뒤 삼삼오오 모여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평일 낮 콘서트가 인기다. 서울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는 공연 한 달 전에 표가 매진되는 경우가 잦고 지방 공연장들도 유료관객이 80∼90%를 차지할 정도로 ‘대박’이다.
9일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1회 ‘브런치 콘서트’에는 주부 관객 300여 명(유료관객 274명)이 몰려 객석을 가득 채웠다. 비발디의 ‘사계’가 연주되는 동안 무대 위에는 라파엘로의 ‘초원의 마돈나’, 밀레의 ‘이삭줍기’, 브뢰겔의 ‘눈 속의 사냥꾼’ 등 복제된 명화를 걸어놓고 음악과 미술을 함께 감상하도록 했다.
● 다양하게 진화하는 아침 콘서트
“이 곡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자주 불러 주시던 노래였습니다. 저에겐 할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특별한 노래예요. 여러분도 자신의 인생에서 정말 특별했던 노래를 떠올려 보세요.”
7일 오전 11시 서울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직테라피’ 공연. 음악치료사 한정아 씨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옛날의 금잔디’를 부르면서 사연을 말하자 객석에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나루아트센터는 여름방학 때는 주의가 산만한 어린이나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위한 음악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처럼 아침 콘서트는 정통 클래식 연주회뿐 아니라 음악치료, 영화음악, 발레, 미술교육 등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인 김용배 예술의 전당 사장의 해설로 ‘11시 콘서트’를 처음 시작한 서울 예술의 전당은 여느 저녁 공연 못지않은 최고의 연주자들로 무대를 꾸미는 것이 특징이다. 4월 20일부터 ‘마티네(matin´ee·오전) 콘서트’를 시작하는 성남아트센터는 별도의 ‘마티네 콘서트 오케스트라’를 조직하고 오페라 전문가 박종호 씨의 해설로 음악회를 꾸밀 예정이다.
김 사장은 “평일 낮 콘서트는 이제 극장 경영상의 이익을 위한 ‘틈새 시간’ 활용이란 차원을 넘어 새로운 관객을 만들어 내는 전략 마케팅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 밤 파티보다는 낮 모임이 더 익숙
유럽 및 미국에서 정착된 ‘마티네 콘서트’는 주로 주말 낮 시간대에 교회나 조그만 공연장에서 학생이나 노인 관객을 겨냥해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는 음악회를 말한다. 그러나 평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정식 콘서트에 주부들이 삼삼오오 표를 구입해 대거 몰려나오는 것은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 여성들이 밤 파티 문화보다는 낮 시간대 계모임에 훨씬 익숙한 친교문화를 갖고 있다는 게 원인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주부 우화정(45·경기 수원시 권선동) 씨는 “11시 콘서트에 오는 관객은 대부분 학교자모회, 계모임, 동창회 등 모임별로 와서 음악회를 보고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삶에 지친 주부들이 우아하게 음악회 모임을 하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큰 만족감을 얻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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