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맛따라]‘오묘한 맛’ 일품… 홍성 남당항 ‘새조개’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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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당항의 먹자거리. 플라스틱 물통에 담긴 하얀 새조개 등 해산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홍성=조성하 여행전문기자
남당항의 먹자거리. 플라스틱 물통에 담긴 하얀 새조개 등 해산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홍성=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조개 가운데 ‘새조개’가 있다. 이름이 희한한 이 조개는 실체가 잘 알려지지 않아 모양과 맛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식탁에 오른 지도 불과 10여 년, 그나마 식도락가 차지였다.

크기는 어린아이 주먹만 한데 껍데기에는 줄줄이 골이 파이고 털까지 살짝 붙어 있다. 외양만 보면 꼬막이나 피조개 무리로 보인다. 그러나 물속에서 긴 다리를 내밀고 더듬는 모습을 보면 전혀 다른 종류다. 이름에 붙은 ‘새’는 날아다니는 새(鳥)다. 껍데기 속 조갯살 모양에서 따왔는데 들여다보니 부리가 긴 새를 연상시킨다.

“한 20년 됐을까요. 천수만 방조제 공사가 끝난 뒤 언제부턴가 갯벌과 바다에서 이 조개가 나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뭔지 몰라 버렸지요. 그러다가 한 어민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었는데 그 맛이 ‘진땅’(특출한 물건)이었다는 거지요.”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서 해산물을 식당과 소매인에게 공급하는 중간 수집상 김용태(남당수산 대표·새조개 축제추진위 사무국장) 씨의 말이다.

이렇게 해서 알려진 새조개는 겨울철 어민의 새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 11월 초부터 나기 시작해 주꾸미 시즌이 열리는 3월에 맛이 정점에 오르기 때문에 어민에게는 반가운 손님이 될 수 밖에.

새조개가 잘 알려지지 않은 데는 사연이 있다. 일본 업자들이 대부분 사 갔기 때문이다. 살짝 데친 새조갯살은 일본에서 초밥 재료로 쓰인다. 그러다가 4, 5년 전부터 국내 식도락가의 미식한담(美食閑談) 소재로 등장하면서 이제는 ‘신종 맛 해물’의 자리에 올랐다.

새조개의 매력은 그 ‘맛’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 맛을 표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각거리는 상쾌한 촉감, 풍부한 핵산에서 나오는 은근 달큼한 감칠맛…. 서해안 사람들은 대부분 조개를 구워먹지만 새조개는 ‘샤브샤브’로 데쳐 먹는다. ‘샤브샤브’라는 요리 이름은 일본 오사카 식당에서 유래한 말로 얇게 저민 쇠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뜨거운 물에 넣고 흔드는 동작을 표현한 의성어다.

새조개는 100% 자연산이다. 개펄에서 줍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형망’(바닥을 긁는 방식) 어선이 앞바다에서 캐 온다. 망이 닿지 않는 바위틈(수심 15∼20m) 것은 잠수부가 따 온다. 새조개 가격이 다른 조개에 비해 비싼 이유는 자연산이기 때문. 이번 주 남당항에서 새조개의 시세는 포장 판매용이 kg당 3만5000원, 식당에서 샤부샤부로 먹으면 4만 원이었다.

천수만의 남당항은 국내 새조개의 집하장이다. 그러나 새조개보다 가을철 ‘대하축제’로 먼저 유명해졌다.

“2월부터는 새조개와 주꾸미가 함께 나는데 새조개 끝물인 4월 20일경부터 주꾸미가 들어가는 6월 하순까지는 갑오징어도 납니다.” (남당수산 대표 김 씨) 이어 바닷장어와 이곳에서 ‘박하지’라고 부르는 성냥갑만 한 돌게(간장게장용)가 5월 말∼7월 초에 난다. 얇은 놈만 골라 굽는 이곳의 장어 소금구이도 별미다.

7월부터 9월 초 금어기가 끝나면 전어와 대하 시즌이 시작된다. 9월 20일경부터 남당항으로 들어오는 대하는 모두가 자연산이라고 한다. 전어 시즌은 12월까지 계속된다.

이처럼 남당항은 1년 내내 다양한 해물이 넘쳐나는 식도락의 천국이다. 그래서 포구는 싱싱한 해물을 맛보려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바닷물이 들고나는 포구 앞 방파제에 비닐하우스형 포장마차(이곳에서는 ‘파라솔’이라고 부름)가 150여 개 줄지어 먹자거리를 이룬 것도 이 덕분이다.

●여행정보

◇찾아가기=서해안고속도로 홍성 나들목∼국도 29호선(서산 방향)∼국도 40호선(보령 방향)∼남당항. 광천과 홍성 나들목에서 15km ◇수산물 문의=남당수산(www.inamdang.co.kr) 041-632-8196 ◇주변 관광지 ▽삽교호 함상공원=삽교호 방조제 끝에 있는 군함테마파크. 퇴역한 해군 구축함과 상륙함, 해병대의 수륙양용 장갑차, 해군과 해병대의 역사,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의 작전상황을 전시. 서해안고속도로 송악 나들목(서해대교 남쪽)∼국도 38호선(지방도 77호선)∼삽교호 관광지. www.sgmp.co.kr, 041-362-3321 ▽세계꽃식물원=5000평의 온실 속에 세계 수천 종의 꽃이 피어 있다. 함상공원∼삽교천방조제∼지방도 623호선∼도고온천역∼2km(예산 방향). 041-544-0746, www.asangarden.com

조성하 기자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새조개는 ‘샤브샤브’로 데쳐먹어야 제맛▼

새조개 샤브샤브. 대파를 넣고 끓인 물에 새조개를 살짝 데친 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남당항 먹자거리에 들어섰다.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개펄에 기둥을 박고 그 기둥과 방파제에 바닥을 대어 세운 ‘파라솔’(비닐하우스형 포장마차) 150여 개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길 반대편도 식당가. 요즘 이곳의 먹자거리는 새조개판이다. 파라솔마다 플라스틱 물통에 하얀 새조개를 가득 담아두었다. 모두 펄펄 살아있다. 새부리 모양의 발을 내밀어 조심스레 주변을 되짚는 새조개들. 이곳이 어딘지 궁금한 모양이다.

기자의 호기심을 눈치 챈 파라솔 아줌마가 사진을 찍어 보라며 새조개를 까 보인다. 그러면서 하는 말. “요게 새부리여 새부리. 안 그려.” 만져 보니 탱글탱글, 몰캉몰캉하다. 먹기 전에 먼저 맛본 ‘손맛’인데도 군침을 돌게 한다.

새조개는 까기도 쉽다. 껍데기 위아래를 양손아귀에 넣고 서로 반대방향으로 뒤틀면 된다. “1kg(큰 것으로 20마리 정도)에 4만 원인디, 내장 다 추리면 500g쯤 될랑가. 둘이 먹으면 마침맞을 것 같은디….”

파라솔 실내에 들어서니 훈기가 돈다. 공중에 뜬 바닥 아래로 드나드는 물소리도 들린다. 휴대용 부탄가스 버너에 올린 냄비에서는 버섯 대파가 담긴 물이 펄펄 끓는다. 여기에 새조갯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데친 뒤 초장에 찍어 먹는다.

새조개 샤브샤브의 뒷마무리는 국수말이. 새조개 우려낸 맛깔스러운 국물에 우동이나 라면을 넣는다. 그 맛도 새조개만큼 일품이다. 항구 주변의 갯냄새 물씬 풍기는 개펄 산책은 남당항 파라솔 먹자거리의 색다른 ‘디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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