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포커스]배스에 점령당한 춘천호를 구하라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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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생태계의 조화를 위해 사자와 호랑이를 떼어 놓았다. 같은 이유로 쏘가리와 배스도 각각 동북아시아와 북아메리카의 하천과 호수에 살게 했다. 그러나 인간의 경솔한 행위 때문에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이들은 생존을 위해 다퉈야 하는 사이가 됐다. 강원 춘천시는 1970년대부터 무분별하게 방류된 외래 어종 배스가 붕어 잉어의 치어를 잡아먹어 ‘배스판’이 된 춘천호의 생태 복원을 위해 쏘가리를 5월에 대량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쏘가리를 투입해 배스의 증가를 막겠다는 것이다. 춘천시는 쏘가리가 배스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춘천호에서 잡은 쏘가리의 위에서 나온 배스 치어. 사진제공 강원대 환경연구소.

춘천호 소양호 등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연구해 온 강원대 환경연구소 최재석 연구교수는 “춘천호에서 잡은 쏘가리들의 위에서 배스 치어가 대량으로 나왔다”며 “쏘가리가 늘어나면 배스 치어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춘천호에서 사활을 걸고 맞붙을 쏘가리와 배스의 ‘전력’을 분석했다.》

■ 체형

농어목 농엇과의 쏘가리는 평균 15∼30cm까지 자란다. 50cm까지 자랄 수도 있다. 성어가 되는 기간은 약 3년.

배스는 농어목 검정우럭과 물고기다. 성어는 평균 20∼40cm로 쏘가리보다 크다. 최고 60∼70cm까지 성장할 수 있다. 성어가 되는 데는 2년 정도 걸려 쏘가리보다 성장 속도가 약 30% 빠르다.

입 크기는 배스가 쏘가리보다 약간 더 크며 유영 속도는 비슷하다. 체형과 성장 속도만 보면 둘이 싸울 경우 쏘가리가 불리해 보인다. 그러나 물고기들은 다 큰 놈끼리는 잘 싸우지 않아 단순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최 교수는 “어식성 물고기들은 자기 몸 크기의 절반 이하인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다”며 “비슷한 크기의 배스와 쏘가리를 한 어항에 두고 굶겨도 서로 심하게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 서식환경

배스는 수초가 많고 물살이 느린 곳을 좋아한다. 온도가 24∼27도인 물에서 움직임이 활발하며 3, 4급수의 비교적 탁한 물에서 잘 산다. 쏘가리는 물살이 빠르고 돌과 자갈이 있는 18∼20도의 1, 2급수를 좋아한다.

식성은 둘 다 주로 작은 물고기를 먹지만 배스는 수생곤충도 잘 먹는다. 먹는 양은 배스가 더 많으나 큰 차이는 없다.

춘천호는 호수여서 물살이 느린 편. 수질은 2급수이며 평균 수온은 19∼21도. 수온이 가장 높은 8월에는 25도까지 오른다. 물속 지형은 수초가 많은 곳과 돌 자갈이 많은 곳이 섞여 있어 두 물고기가 서로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최 교수는 “물고기들은 물살보다 수질이나 수온에 더 민감하다”며 “종합적으로 춘천호는 쏘가리에게 더 유리한 공간”이라고 분석했다.

■ 번식방법

쏘가리는 3∼7월에 돌이나 자갈이 깔린 곳에 알을 낳는다. 보통 1만∼2만 개, 최고 3만 개까지 낳는다.

배스는 5∼8월에 쏘가리와 비슷한 양의 알을 물풀과 낙엽이 깔린 모랫바닥에 낳는다. 산란 이후 두 물고기의 행태는 크게 다르다. 쏘가리가 알을 낳은 뒤 곧장 자리를 뜨는 것과 달리 배스는 알을 보호한다.

치어들이 사는 방식도 다르다. 쏘가리는 치어일 때부터 돌과 자갈이 많은 곳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배스는 수초가 많은 지역에서 군집 생활을 한다.

부화율과 치어 생존율에서 배스는 쏘가리를 앞설 수밖에 없어 쏘가리 치어 방류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최 교수도 “10cm 이상 크기의 쏘가리 성어들을 집중 방류해 이들이 배스 치어를 포식할 수 있는 구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람들의 도움

최 교수는 춘천호에서 쏘가리가 승리하려면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쏘가리는 보호하고 배스는 최대한 물 밖으로 꺼내야 한다는 것. 그는 배스를 완전히 우리 생태계에서 추방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배스가 생태계를 최대한 덜 파괴하도록 하는 것뿐입니다. 물속에서 쏘가리가 분투하는 동안 물 밖에서는 쏘가리를 더 넣어 주고 배스는 더 빼 줘 배스의 개체 수가 줄어들게 해야 합니다.”

춘천=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물고기 이미지는 이상근 한국어탁회장의 작품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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