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여성구두 아주 높거나 아주 낮거나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하늘로 솟든지, 혹은 땅에 붙든지’ 한마디로 극과 극. 봄여름 시즌 여성 구두의 트렌드다. 2006 봄여름 해외 컬렉션 무대에 선 모델들은 한결같이 10∼15cm의 보기만 해도 아찔한 굽을 신고 쓰러질 듯 휘청휘청 걸었다. 반면 지난해 시작된 굽 낮은 플랫 슈즈의 유행도 이와 조화를 이루는 레깅스와 스키니진의 붐을 타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해외 패션쇼-플랫폼의 물결

구두 앞 부분에도 굽이 있는 플랫폼 슈즈는 굽높이가 보통 10cm가 넘는다. 불안한 걸음이 걱정되지만 ‘스틸레토’(가는 굽의 하이힐)보다는 편하다. 랑방과 클로에가 선보인 나무 굽의 플랫폼 슈즈는 패션쇼에 등장한 이래 인기를 얻고 있다. 신으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기장이 약간 긴 청바지에 신어 굽 윗부분을 살짝 가리면 모델 못지않게 긴 다리를 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앞굽과 뒷굽이 완전히 연결된 통굽의 웨지힐도 내놓았다. 웨지힐은 보통 굽을 코르크나 짚 같은 자연 소재로 만들어 복고풍 분위기가 난다. 1936년 이탈리아의 구두 장인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물자 부족으로 굽을 지탱하는 철심을 구하지 못하자 구두 앞부분과 뒷굽 사이 공간을 코르크 조각으로 채워 넣은 데서 유래했다.

국내 트렌드는 조금 다르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3층의 구두 매장을 둘러보니 나인웨스트 소다 피에르가르뎅 등 몇 개 브랜드만 플랫폼과 웨지힐을 내놓고 있다. 가격은 15만∼22만 원대. 롯데백화점 잡화매입팀 김연진 바이어는 “편한 신발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한국인의 발 모양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플랫폼이나 웨지힐이 적게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나멜 소재 펌프스와 플랫 슈즈

대신 굽이 낮은 플랫 슈즈와 에나멜 소재 펌프스(앞 뒤가 모두 막힌 구두)가 대세다. 반짝거리는 에나멜 슈즈는 앞코가 뾰족하거나 둥근 것, 굽이 높은 것과 낮은 것 등 다양하다. 에나멜 슈즈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유행하는 소재로 크링크 또는 페이턴트로도 부른다. 미소페, 디자이너 브랜드인 수콤마 보니, 더슈에서 18만∼21만 원대 에나멜 펌프스를 만날 수 있다. 골드나 실버의 펌프스도 꾸준히 인기.

굽이 1∼2cm인 플랫 슈즈는 드라이빙 슈즈 같은 단화 스타일보다 발레리나 슈즈처럼 리본이나 레이스, 스트랩이 달려 소녀풍의 감성을 낸 게 많다.

가죽을 뱀이나 악어가죽 느낌이 나도록 처리한 슬링백(앞이 막혀 있고 샌들처럼 발목 뒷부분에 끈이 걸쳐지는 구두)도 눈에 띈다. 보라 하늘 핑크색으로 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탠디 고세 세라에서 21만∼25만 원 선. 발목에 끈이 달린 앵클 스트랩과 발가락이 보이는 오픈토슈즈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김연진 바이어는 “여름이 가까워야 잘 팔리던 슬링백과 오픈토슈즈가 이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구두의 계절 파괴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수공예 느낌이 나는 다양한 스티치(바늘땀 장식)와 금속의 징 장식, 비즈 장식이 정교하게 달린 구두도 많이 나와 있다.

○플랫 슈즈와 미니스커트

플랫폼 슈즈는 길이가 어중간한 크롭트 팬츠에 신으면 다리는 길어 보이고 히프는 작아 보이는 효과를 준다. 웨지힐은 프릴이 달린 여성스러운 트렌치코트에 스커트를 입고 신으면 멋스럽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나 겹겹으로 층이 지는 티어드 스커트, 크롭트 팬츠에도 좋다.

플랫 슈즈는 다리가 길고 날씬해야 예쁘지만 일단 신어보면 편안해 중독되기 마련. 스타일리스트 양희숙 씨는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게 플랫 슈즈”라며 “외국에서는 정장에 플랫 슈즈를 신기도 한다”고 말했다.

키가 크면 정장이나 트렌치코트에 코가 뾰족한 플랫 슈즈를 시도해볼 만하다. 키가 작은 사람은 긴 스커트나 긴 바지에 플랫 슈즈를 신으면 땅에 붙어 보이므로 미니스커트와 매치해야 한다. 양 씨는 “발등이 많이 보이는 디자인의 플랫 슈즈가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한다”고 조언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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