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량이라도 부담없이 출판
100권도, 50권도 좋다. 엄청난 제작비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작은 물량의 출판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최근 미국 주간지 유에스 월드 앤드 리포트가 소개했다. ‘주문에 따라 인쇄(POD·Print on demand)’를 해주는 ‘카페프레스 닷컴’ ‘유니버스 닷컴’ 등 책 제작 대행업체들이 출판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는 설명.
판형을 완성한 뒤 인쇄 제본공장에 제작을 맡기는 기존의 출판형태를 따를 경우 1000권을 찍는 데 권당 2.6달러(약 2600원)가 드는 반면 200권만 찍을 경우 권당 5.2달러(약 5200원)가 들었다. 이 때문에 초판 500권 이상이 팔릴 자신이 없는 저자들은 감히 책을 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메인 서버에 연결된 파일을 그때그때 출력하는 POD 방식을 따를 경우 단 한 권을 제작해도, 1만 권을 제작해도 제작비는 권당 3달러(약 3000원) 정도로 균일하다. 독자 반응이 좋을 경우 그때그때 더 찍어내면 되니 보관비용을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실제 단가는 더 낮아진다.
○ 비인기 서적 ‘검색’으로 부활
독자층이 넓지 않은 주제를 다루는 저자와 출판사들이 용기를 내게 된 데는 ‘아마존닷컴’ 등 인터넷 서점이 최신의 검색기능으로 독자와 저자를 쉽게 연결시켜 준 것도 한몫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소규모 서점과 독자를 이어주는 ‘에이브북스 닷컴(www.abebooks.com)’의 성공사례를 최근 소개했다.
에이브북스는 1990년대 말 서점들끼리 재고도서 목록을 교환하도록 하기 위해 탄생했다. 오늘날 이 회사는 시골 소읍의 초미니 서점까지 전 세계 서점 1만4000개를 회원으로 확보해 8000만 종의 서적을 리스트에 보유하고 있다. 회원들은 이 사이트를 이용해 단 100여 권만 제작됐거나 절판된 지 수십 년이 된 책까지 찾아내고 있다.
○ 도서관은 디지털로 거대화
수만 곳의 서점을 뒤져서도 찾을 수 없는 수세기 전의 책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는 저작권 시효가 만료된 200여만 권의 책과 동영상, 사진, 육필원고, 음성파일까지 디지털로 웹상에서 제공하는 ‘유럽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가 내년에는 서비스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까지는 600만 권, 최종적으로는 무려 25억 권 이상의 책을 인터넷 검색으로 읽을 수 있게 된다는 엄청난 프로젝트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도서관과 POD가 결합할 경우 독자가 적은 금액의 저작권료만 내거나 무료로 가까운 책방이나 간이 인쇄시설에서 쉽게 책을 제작할 수도 있고, PC나 전용단말기로 책 내용을 받아볼 수 있는 ‘책의 유토피아(Bibliotopia)’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