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욕망, 삶의 생명수 !… ‘욕망의 힘’

  • 입력 2006년 3월 18일 03시 06분


◇ 욕망의 힘/빌리 파시니 지음·이옥주 옮김/336쪽·1만3500원·에코리브르

《“네 눈 속에는 일몰과 여명이 담겨 있구나/너는 폭풍우 치는 저녁나절처럼 향기를 뿜어낸다/네 키스는 미약과 같고 입술은 항아리 같다/그 속에서 영웅은 겁쟁이가 되고 아이는 용감해지네….”(보들레르) 욕망은 시(詩)이고 꿈이며 손끝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욕망은 생의 첫 순간에 탄생해 삶의 모든 시기에 뿌리를 내린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삶과 동일시된다.》

욕망은 일상의 놀라움이 주는 간결함과 그 긴 파장 사이를 변주(變奏)한다고 했던가.

그러나 오늘날 욕망은 불현듯 낡아버린 느낌이다. 그것은 더는 내적이고 은밀한 감정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가 아니라 외부에서 던져진 상품, 하나의 소비재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점점 사랑의 단계를 건너뛰어서 오직 흥분이라는 목표로 도달하기 위해 서둘러 성적인 행위를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회가 욕망을 남용하면서 역설적으로 욕망은 점점 더 드물어지고 멀어져 가고 있다.

이 책은 욕망의 신비를 발견하고 싶어 하며, 그 힘과 매력을 되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씌어졌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수많은 상담 사례를 토대로 ‘에로스의 연금술’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그 구불구불한 욕망의 미로를 섬세하게 탐색한다.

사랑은 언제나 달아나는 것에 이끌린다. 사랑하는 사람이 늘 곁에 있다는 것은 이미 감정의 포화상태다. 다가가서 붙잡을 수 없을 때 사랑은 달아오른다. 욕망의 수레바퀴를 끄는 힘은 ‘일탈에의 욕구’다.

그렇다면 결혼은 사랑의 무덤인가? 부부로 함께 산다는 것, 부부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시간의 주름, 파도에 밀려오는 모래에 파묻히듯이 세월의 흐름에 잠겨버리는 성적인 욕망…. 부부의 삶은 욕망을 질식시키고 있지 않는가.

상호 존중, 그리고 신뢰와 인내라는 부부생활의 민주적 가치는 한결같이 불연속적이며 바깥으로 뻗어나가려는 에로티시즘과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가?

“결혼은 분명 욕망의 덮개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욕망이 끊임없이 솟구치고 한데 고여 더 큰 세상으로 흘러가는 샘이다.” 욕망이 마르지 않는 부부는 마치 물살에 의해 반질반질해진 강의 조약돌과 같지 않은가. 태양빛에 반사되고 세월의 흔적이 새겨지면서 조약돌이 저마다 다른 형태와 새로운 빛깔을 띠는.

욕망의 부재! 그것이야말로 황량한 사막에 불어오는 검은 바람이다.

서인도제도의 작가 킨카이드는 “욕망이 내 몸을 비웠을 때/나와 영원 사이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비통해했다.

나이 쉰둘에 이르러 헤르만 헤세는 텅 빈 열정, 그 욕망의 부재에서 영혼이 느끼는 고통에 이렇게 신음한다. “밤이면 내 베개가 나를 쳐다보네/무덤의 묘비와 같이 굳은 모습으로/나는 그런 사랑이 있는 줄 예전엔 알지 못했네/혼자 슬쓸히 연인의 머리를 받쳐주지 못하네….”

욕망을 되찾는 것은 가능한가? 그 답은 긍정적이다. 그것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이다. 욕망이 없이는 삶도 없기 때문이다. 그 어떤 최악의 경우에도 욕망은 부재하는 게 아니라 단지 그 흐름이 막혀 있을 뿐이다.

“욕망도 가르쳐야 한다. 욕망에 대한 호기심과 쾌락도 배워야 한다. 욕망의 공동(空洞)에 고이는 우울증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이는 필요하다.”

스스로 욕망에 대해 훈련하라. 욕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삶의 리듬을 깨뜨리지 않고 욕망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어라. 상대방의 욕망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려라. 불행히도 욕망의 발신자는 많아도 그 수신자는 많지 않다.

그리고 결코 이 한마디를 잊지 말라! “연인은 욕망이 일으키는 조수(潮水)에 민감하다….”

원제 ‘Desiderare il desidelio’(1997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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