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그림책인 ‘우리 몸의 구멍’의 저자가 내놓은 또 하나의 ‘구멍’ 이야기. 이번에는 ‘막혀 있는 구멍’인 배꼽 이야기다.
돌돌돌 매듭 같기도 하고, 꼬옥 누르고 싶은 단추 같기도 한 배꼽. 사실, 아이들은 배꼽을 좋아한다. 아이와 함께 목욕하다 보면, 아이는 종종 엄마의 배꼽과 자신의 배꼽에 손가락을 넣거나 서로 다른 모양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이 책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날 때 선물받는 이 ‘작은 기념품’을 소재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크고 길쭉한 고래의 배꼽, 보이지도 않는 박쥐의 배꼽, 털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 강아지의 배꼽 등 여러 동물의 배꼽부터, 엄마와 아기를 이어 주는 생명의 끈이 배꼽이 되는 과정, 그리고 그 사랑의 의미까지.
책 첫 장을 펼치면 먹는 배의 꼭지와 아기의 배꼽 사진이 함께 나온다. ‘이건 꼭지가 떨어진 배’ ‘이것도 꼭지가 떨어진 배’라는 설명을 곁들여서. 동음이의어인 먹는 배와 사람의 배를 이용해 저자는 배꼽의 역할을 알기 쉽게 보여 준다.
이어 저자는 알에서 태어나는 동물은 배꼽이 없고, 엄마의 배에서 태어나는 동물은 배꼽이 있다고 설명한다. ‘배꼽’은 결국 엄마와 아기가 세상에서 얼굴을 맞대기 훨씬 전부터 함께했음을 일러 주는 소중한 시간의 증표다.
“…사람의 얼굴이 다 다른 것처럼, 우리의 배꼽도 모두 다르게 생겼어. 동그란 배꼽, 길쭉한 배꼽, 쏙 들어간 배꼽, 톡 튀어나온 배꼽. 하지만 어떤 모양이든 배꼽은, 우리가 하늘에서 쿵 떨어졌거나 땅에서 솟아났거나 알에서 톡 깨고 나온 게 아니라 바로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났다는 표시야. 그 사랑의 기념품이야!”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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