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致(치)’는 ‘至’와 ‘치(뒤져올·치)’가 합쳐진 글자이므로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뒤에 와서 도달하다’가 된다. ‘致’는 여기에서 시작하여 ‘이르다, 도달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景(빛·경)’과 합쳐진 ‘景致’라는 말은 ‘햇빛이 도달하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景致’는 햇빛이 도달하여 눈에 보이는 곳을 말한다. ‘室(실)’은 ‘면(집·면)’과 ‘至’가 합쳐진 글자이다. ‘면’은 원래 지붕과 벽이 있는 공간이므로 ‘室(실)’은 ‘사람이 도달하는 공간’이라는 뜻이 된다. 사람이 항상 도달하는 공간은 집이거나 방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室’은 ‘집, 방, 거처’를 의미한다. ‘집’에는 항상 부인이 있으므로 ‘室’은 ‘부인, 아내’라는 뜻도 갖게 된다. ‘李室(이실)’이란 이씨 집안에 시집간 여자를 말한다. ‘到(도)’는 ‘至’와 ‘도(칼·도)’가 합쳐진 글자이므로 ‘칼날이 꽂히듯 분명하게 도달하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姪(질)’은 ‘여자가 도달하다’라는 뜻이다. 이는 이웃 부족의 여자가 새로운 집안의 형제 사이에 도달한다는 의미로서 곧 시집 온다는 것을 나타낸다. 여자가 시집을 오면 아이를 낳게 되는데, 이 아이는 형제의 조카가 된다. 그러므로 ‘姪’은 ‘조카’라는 뜻을 갖는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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