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近代의 공간, 그 회색빛 기억들…일민미술관 새마을 展

  • 입력 2006년 3월 22일 03시 00분


반공 소년 이승복의 동상이 서 있는 지방의 초등학교, 일제의 잔재가 느껴지는 나라 구석구석의 길모퉁이, 근대화라는 명목 아래 한 마을에 들어선 똑같은 구조의 집들.

30대 이상 세대에게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이 4월 16일까지 마련한 ‘새마을-근대 생활 이미지’전. 구성수 남민숙 신기선 이재갑 이정록 장용근 최원석 씨 등 7명의 사진작가들이 전국을 답사해 일제강점기를 포함해 1970년대까지 우리 생활 속의 건축물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근사한 문화재급의 기념할 만한 건물들이 아니라, 우리네 삶의 배경이었던 평범한 일반 건물들을 돌아보는 자료전이란 점에서 색다르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떠밀리다시피 사라져가는 생활과 역사의 공간들이 그 안에서 숨 쉬고 있다. 어쩌면 살풍경하거나 낯설게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 삶을 공유해온 사람들에겐 가까운 역사의 기록이란 점에서 향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 사진들이다. ‘잘살아 보세’라는 목표 아래 마치 드라마 세트장같이 보이는 슬레이트 지붕의 농촌 집들부터 전국의 초등학교에 널린 권위적인 동상들, 기념비, 기념탑, 간판, 환경조형물까지 우리의 근대적 삶이 반영된 공간을 두루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 측은 전시와 더불어 두툼한 책 ‘새마을-근대 생활 이미지’도 비매품으로 펴냈다. 전시에서 못다 보여 준 1000여 장의 사진을 모은 귀중한 자료집이다. 02-2020-2055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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