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후’는 몰라도 ‘소리’는 안다
지난달 발매된 SBS 드라마 ‘서동요’ OST 음반에는 연주곡 ‘애상’과 국립합창단 출신 소프라노 가수 금선애가 부른 ‘꽃빛’에 얼후 연주가 메인으로 삽입됐다. 음반을 제작한 임재현(36) 프로듀서는 “얼후는 해금보다 음색이 두껍고 묵직한 듯 튀지 않아 마치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가수 이선희는 올여름 얼후를 중심으로 한 중국 12인조 여성 전통악기 연주그룹 ‘여자 12악방(女子十二樂坊)’과 조인트 싱글 음반을 한국과 중국, 일본에 동시 발매할 계획이다. 이선희의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 측은 “국악적 색채를 띠었던 지난해 발표한 13집 ‘인연’을 얼후를 중심으로 한중일 전체를 아우르는 느낌의 곡으로 편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얼후의 존재는 1999년 가수 이승환의 6집 수록곡 ‘당부’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이수영, 박정현 등의 가수를 비롯해 ‘맥’ ‘바이날로그’ 같은 퓨전 밴드도 얼후를 주요 악기로 사용했다.
얼후의 인기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2003년 ‘여자 12악방’의 앨범 ‘뷰티풀 에너지’가 150만 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했으며 여성 10인조 아이돌 그룹 ‘모닝구무스메’를 주축으로 결성된 그룹 ‘사쿠라 조’는 얼후 연주를 전반에 삽입한 ‘사쿠라 만카이(さくら滿開)’를 발표해 오리콘 싱글차트 2위를 차지했다.
한편 다음 달 19, 20일 내한 공연을 펼치는 퓨전 재즈그룹 ‘포 플레이’의 재즈 피아니스트 밥 제임스는 얼후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전통악기 연주그룹 ‘에인절스 오브 상하이’와 함께 크로스오버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 얼후의 근원지는 중국, 그러나 무대는 크로스오버
얼후의 새삼스러운 인기 원인은 뭘까? 퓨전 밴드 ‘맥’의 멤버이자 얼후 연주자인 김상은 씨는 “서양 음악에 적합한 구조”를 꼽았다.
김 씨는 “해금은 까랑까랑하고 떨림이 많으며 개성이 강한 솔로 악기인 반면 얼후의 경우 튀지 않고 조화돼 퓨전 음악, 서양 음악 등에 어울려 대중음악 쪽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주 기법으로도 줄의 떨림이 많은 해금은 느린 음악에 어울리고 상대적으로 덜 떨리는 얼후는 비트가 있고 빠른 대중음악에 적합하다는 것.
일찌감치 ‘크로스오버’로 장르를 확대해 온 얼후 연주자들의 활동상도 얼후 대중화에 큰 몫을 했다.
국악평론가 윤중강 씨는 “10년 전부터 중국 출신 연주인들은 얼후를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공연을 했고, 얼후로 클래식, 팝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해 레퍼토리에 제약이 없음을 알렸다”고 말했다.
윤 씨는 “해금의 경우도 얼후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뛰어넘는 악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연주자들 스스로 해외 무대에서 해금 연주를 자주 노출시키고 서양 악기와도 지속적으로 협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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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후(二胡):
한국의 해금, 일본의 샤미센(三味線)에 견주어지는 중국의 2줄 현악기. 몸체는 지름 9∼10cm로 대나무나 단단한 나무로 만들며 6각, 8각 등으로 된 몸통에 뱀가죽을 씌워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해금의 경우 원형 그대로 간직된 것에 반해 얼후는 개량을 통해 소리를 변화시켜 왔다. 1옥타브 음역이며 소리가 묵직하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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