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정려원 “추리닝 같은 촌티연기 내몸에 딱”

  • 입력 2006년 3월 23일 03시 04분


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주인공 정려원. 극중 청순가련형 혜수(왼쪽)와 천방지축 산골 처녀 복실의 1인2역을 맡아 연기가 급성장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 MBC
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주인공 정려원. 극중 청순가련형 혜수(왼쪽)와 천방지축 산골 처녀 복실의 1인2역을 맡아 연기가 급성장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 MBC
“‘복실이’란 이름 촌스럽드래요?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로만 저를 판단하시는 것 같거덩요. 아니지 암튼 그게….”

영락없는 ‘산골 처녀’ 복실이가 눈앞에 서 있다. 사람 잘못 봤나?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탤런트 정려원(25) 맞다. 정려원. 수많은 패션 아이템을 히트시킨 연예계 패션리더 아닌가? 꽉 끼는 대님 칠분 바지 위에 헐렁한 박스 티를 걸쳐 입고 벨트와 길게 늘어지는 귀고리로 포인트를 주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의 멋쟁이 희진.

그런 그녀가 MBC 월화 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극본 정유경·연출 표민수)에서 산골 처녀 복실을 맡았을 때 제대로 된 산골 처녀를 연기할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려원은 선입견을 기우로 만들었다.

○ 여자의 변신은 무죄?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복실이는 딱 맞는 제 옷 같았어요. 요즘 아주 행복해요. 주변에서 아예 ‘복실이 밥 먹었니?’, ‘복실아 대본 연습해야지’라고 할 정도니까요.(웃음)”

정려원의 변신은 생존 본능에 가깝다. 지난해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희진’으로 50% 넘는 최고 시청률을, ‘가을 소나기’의 ‘연서’로 5% 미만의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기 때문에 차기작에서는 연기자 ‘정려원’을 증명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혜수와 복실, 1인2역을 해야 하는 ‘넌 어느 별에서 왔니’는 그녀에게 새로운 도전.

“혜수는 우아하고 청순하며 복실은 천방지축 말괄량이고…. 상반된 배역이라 감정 선이 안 잡힐 수도 있다고 봤어요. 혜수가 깔끔한 정장이라면 복실이는 편안한 ‘추리닝’이거든요 .”

○ 복실이 되기

완벽한 산골 처녀가 되기 위해 그녀는 일상을 드라마로 옮겼다. 드라마 속 대사를 평소 그녀가 자주 쓰는 말투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덩요 체’와 ‘나 체’. 극중 “잘 잤거덩요∼”, “나만 먹나∼” 등 퉁명스럽게 내뱉는 복실의 말투는 유행어가 됐다.

“‘빙고∼’, ‘죽여, 죽여∼’ 극 중 나오는 대사 중 상당수는 평소 제가 자주 쓰는 말이거덩요. 웃기나∼.(웃음)”

머리를 30cm 자르고 집에서 입던 운동복을 걸치고, 팔자걸음을 걷고…. 그녀는 촌스러운 아이템은 모조리 찾아 철저히 자신을 복실이화 했다. 얼굴에 로션을 안 바르고 일부러 기미를 만들었을 정도.

“무엇보다 다양한 표정이 필요했어요. 개구지게 웃는 눈빛, 퉁명스럽게 쏘아대는 입 모양, 싸가지 없어 보이는 찡그림까지, 대사를 읽으며 그 순간에 적합한 표정을 계속 연구했죠.”

변신은 대성공. 시청자들은 대부분 그녀의 변신에 호의적이다.

“주변에서 응원이 많아요. 다니엘 헤니(같은 시간대 KBS ‘봄의 왈츠’ 출연)가 ‘서로 잘해 보자’고 격려하던데요. 현빈 씨와 선아 언니는 본방송은 ‘넌 어느 별에서 왔니’보고 재방으로 ‘봄의 왈츠’ 본다고 하고요(웃음). 드라마에 나오는 별은 누구에게인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인 것 같아요. 우선 연기의 별이 될래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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