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재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 10대 소녀들. 영화는 얼핏 그녀들의 성장통을 그린 것 같지만,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지’ 자신도 몰랐던 꿈을 발견하고, 그 꿈을 이뤄낸다는 점에서 도무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는 어른들에게 나이를 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시골학교에서 여름 방학 때 수학 보충수업을 받는 13명의 낙제 여고생들은 단지 공부가 너무나 하기 싫다는 이유로 밴드부의 도시락 배달을 자청한다. 아뿔싸! 도시락이 여름 땡볕에 상하는 바람에 밴드부 전원이 식중독에 걸려 버린 게 아닌가.
공부대신이라면 무엇이든! 이라는 생각으로 밴드부 대타를 시작한 여고생들은 섹스폰 연주에 필요한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창문에 휴지 붙여 놓고 날숨으로 떨어뜨리지 않기, 페트병 불기 등 엽기 강 훈련을 마다 않는다. 또 중고 악기를 사기 위해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재즈는 가방 끈 긴 꼰대들이 술잔 들고 똥 폼 잡으며 듣는 음악’으로 알고 있었던 여고생들은 뜻밖에 재즈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마침내 식중독에 걸렸던 밴드부원들이 돌아오면서 이들의 일상도 다시 공부로 돌아가야만 하는 순간, 낙제소녀들은 재즈의 추억을 못 잊고 마침내 자신들만의 스윙밴드, 일명 스윙 걸즈를 조직하는 데….
소녀들은 악기를 연주하면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데 잘 노는 사람과 못 노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운다. 공부는 남과 싸우는 일이었지만, 연주는 자신과 싸우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잃어버린 꿈, 우리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추억하게 한다. 돈벌어 진주반지나 루이뷔통 가방을 사고 싶어 했던 소녀들이 자신들이 찾아낸 꿈을 이루기 위해 전념하는 모습은 국적과 나이를 초월해 부러움을 사게 한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에피소드가 풍성해 보는 재미를 돋웠다. 2004년 일본에서 개봉되었을 때 흥행뿐 아니라 일본 아카데미에서 신인상, 각본상, 녹음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최근 잇따라 개봉한 일본 영화 가운데 가장 대중성이 기대되는 영화다.
13명의 여고생 배우들은 처음에는 연주를 전혀 못했지만 진짜 4개월간의 특별훈련을 거쳐 영화 속 첫 ‘삑사리’ 장면부터 마지막 감동적인 연주까지 실연을 해 보였다고 한다.
일본 영화계의 무서운 아이로 통하는 야구노 시노부 감독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일상에서 소재를 건져내는 능력을 통해 이 영화에서도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남녀 주인공과 3각 관계를 이루는 가나에 역으로 출연해 국내 팬도 확보하고 있는 우에노 주리는 이 영화로 2004년 일본 각종 영화상 시상식에서 여배우상을 휩쓸며 스타로 떠올랐다. 소녀들이 악기 살 돈을 벌기위해 산에 올라가 송이를 따다 멧돼지를 만나는 장면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우리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와 차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장면이다. 상영중. 12세 이상.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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