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험난한 소믈리에의 길
22일 만난 그가 먼저 꺼낸 화제는 뜻밖에 야구였다.
그는 최근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방문하면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TV 중계를 지켜봤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에 놀랐습니다. 미국과의 경기는 메이저리거에게 정신차리라고 뺨을 때려 주는 ‘웨이크업 콜(Wake-up call)’이 될 것 같습니다.”
마스터 소믈리에는 와인 관련 종사자들의 꿈이다.
1969년 처음으로 영국에서 시작된 이 시험은 입문 심화 인증 등 세 과정으로 나뉜다. 과정마다 와인과 증류주의 제조법, 와인 서비스와 손님 접대 예절, 와인과 음식의 하모니, 와인 시음법 등 다양한 시험을 치른다. 지원자가 6가지 와인을 보지 않은 채 25분간 포도 품종과 국가, 수확연도, 품질을 맞히는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도 있다.
그는 곧 ‘코리아 와인…’ 대회 심사에 들어간다며 인터뷰 중 물만 마셨다. 혀의 감각을 민감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 음식도 먹지 않은 이른 아침에 테이스팅을 합니다. 주스 한잔이라도 마셨다면 그 맛을 지우기 위해 5∼6 종류의 와인을 섞어 가글을 합니다. 대회를 앞둔 며칠 전부터 너무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충분하게 잠을 자려고 노력합니다.”
최연소 마스터 소믈리에 기록은 몇 년 전 스리랑카 출신의 젊은 여성에 의해 깨졌다.
“그 여성이 25세였는데 합격하고 하루 뒤 26세 생일을 맞았답니다. 와인은 다양한 문화와 스타일을 가진 이들이 향유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소수인 여성, 게다가 아시아인이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 우리 가족은 푸드 패밀리
그는 젊은 나이에 마스터 소믈리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요리와 와인으로 충만했던 집안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자신의 가족을 ‘푸드 패밀리(Food Family)’로 불렀다. 어머니 조이스 골드스타인은 유명 요리사이자 저널리스트다.
“어린 시절 콜라나 우유보다 와인이 가까웠습니다. 초등학교 때도 저녁 식사 때 와인 한잔을 곁들이는 게 허락됐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와인은 ‘술’이 아니라 음식의 맛을 끌어올리는 음료였습니다.”
그는 19세 때부터 프랑스 파리와 미국 캘리포니아 내파 밸리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84년에는 어머니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레스토랑 ‘스퀘어 원’을 열고 와인 소믈리에로 활동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훌륭한 요리사는 미천한 재료로도 훌륭한 음식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늘 가르쳤다.
○ 불고기는 저알코올 화이트 와인과 어울려
그는 “비싼 와인이 좋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와인의 맛은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은 자극적이지만 와인과의 ‘행복한 만남’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와인은 음식을 차별하지 않는다”며 “음식의 특성을 파악해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주면 된다”고 말했다.
불고기는 달고 비교적 뜨거워 와인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적당한 탄닌과 낮은 알코올 도수를 가진 멜롯 와인이나 산도가 높고 오크향이 살짝 가미된 저알코올 화이트 와인이 좋다고 추천했다. 국내 시장에 곧 출시될 ‘헤이우드’ ‘클로 디 보아’ 와인도 한국 애호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믈리에 지망생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끊임없는 공부와 사회성이 중요합니다. 와인을 권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기억에 남을 분위기를 선물하는 것입니다. 와인에 대한 지식으로 우쭐대기보다 함께 어울리고 그들의 기호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남다른 테이스팅 능력을 길러야 하고 여행을 통해 여러 나라의 와인과 음식을 두루 접해 미각을 넓혀 나가야 합니다.”
어릴 땐 드러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는 외모와 유머 감각이 미국 코미디 배우 애덤 샌들러와 닮았다고 말하자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더 닮았다”며 웃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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