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당당한 실버]<2>황혼 재혼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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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황혼기에 새 가정을 꾸려 제2의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은 마음에 맞는 반쪽을 찾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60세 이상 황혼 재혼 건수는 남자가 3450건, 여자가 1013건으로 이는 10년 전에 비해 각각 2.1배, 2.7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 자식들 반대로 마음의 상처 입기도

노인이 재혼에 이르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장애물은 ‘나이드신 분이 주책없다’는 자식이나 주변의 시선이다.

실제로 얼마 전 사랑하던 10세 연하 여인과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모(64·서울 강남구 청담동) 씨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병원신세까지 지기도 했다. 적지 않은 재산을 소유한 이 씨가 여자에게 푹 빠진 것처럼 보이자 자식들이 나서 재혼은 물론 교제마저 못하게 했던 것. 이 씨는 “사랑도 자식도 다 잃은 기분”이라며 씁쓸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정민(63·경기 고양시 주엽동) 정영숙(62·여) 씨 부부와 송재용(70·경기 남양주시 호평동) 조숙자(64·여) 씨 부부는 재혼에 성공한 모범사례. 이들은 각각 12년, 2년 전 재혼해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이들 부부에게 실패 없는 황혼 재혼의 비결을 들어보았다.

젊은 부부에게도 초기 3년이 중요하듯 황혼 커플에게도 초기 3년은 이후 결혼생활 유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

정영숙 씨는 “취미나 생활방식이 다른 우리 둘이 마음을 맞추는데 꼭 3년이 걸렸다”며 “나이가 들면 자신을 바꾸는 일이 더 힘들기 때문에 상대방이 변하길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문제는 결혼 전에 매듭지어야

재혼에서 일어날 수 있는 특수한 문제가 바로 돈 문제다.

재혼 부부들은 돈 문제는 결혼 전 당사자 간에 명확히 선을 긋고 시작해야 이로 인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정민 씨 부부는 결혼 전에 이와 관련해 합의를 본 것이 있는데 ‘상대방의 재산에 관해 공개하되 관여는 하지 말자’라는 것이 바로 그것.

이 씨는 “갈등의 불씨는 정직하지 못한 데서 오게 되는 것이므로 결혼 초 재산을 포함해 서로의 모든 상황을 공개했다”면서 “다만 상대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자신의 재산은 각자 관리하고 이후 신뢰가 쌓이면 차차 부부가 함께 의논해 관리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고 했다.

악처보다 못한 자식이라도 새로운 배우자에게서 듣는 자기 소생에 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감정적 대응을 불러오기 쉽다. 조숙자 씨는 “자식의 단점을 이야기할 때는 ‘○○는 이런 점은 참 좋은데 이럴 때는 좀 섭섭하더라’라는 식으로 장점을 먼저 언급한 후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노년기 배우자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막상 부모가 재혼하겠다고 하면 한 발짝 물러서게 되는 것이 자식들이다. 하지만 자식, 친척, 사돈, 동료 등 주위의 눈치 때문에 어렵게 찾은 행복을 놓치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어졌다고 당사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조 씨는 “상대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주위의 시선은 잠시 뒤로하고 결단을 내려보라”고 충고했다.

박완정 사외기자 tyr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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