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25>우유,두유 뭘 먹일까

  • 입력 2006년 3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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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말마다 돌잔치 순례로 바쁘다. 얼마 전 친구의 돌잔치에선 때 아닌 토론이 벌어졌다. 친구가 아기에게 분유를 끊고 대신 우유나 두유 중에서 뭘 먹일까하는 고민을 말하자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 의견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사람한텐 우유가 안 맞아” “두유는 식물성이라서 더 좋대” “우유를 먹여야 키가 쑥쑥 크지” “그건 젖소한테 준 성장촉진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잖아” “유전자조작 콩으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 시판 두유는 안전한가?”

두유예찬론, 우유예찬론, 양비론(둘 다 먹이지 말아라), 양시론(섞여서 먹여라) 등.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결론이 나질 않았다. 그 자리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우리 부부에게 숙제가 떨어졌다. “야, 너 희가 좀 알아보고 알려줘.”

우유와 두유는 수분, 단백질, 지방의 비율이 비슷하면서도 각기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한마디로 어떤 것이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먼저, 단백질로 보면 우유가 두유보다 한 수 위다. 우유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을 골고루 또 충분히 가지고 있는 반면 대두단백은 필수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들어 있진 않다. 그런데 지방을 따지면 두유가 낫다. 우유 지방은 주로 포화지방산이지만 대두유는 반 이상이 몸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이다. 우유엔 뇌성장과 시력발달에 필요한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고 두유엔 신경 세포막 성분인 레시틴이 들어 있다.

칼슘은 우유가 두유보다 5배나 많으며 흡수도 잘 된다. 반면 철분은 두유가 훨씬 많다.

그런데 우유와 두유는 둘 다 알레르기를 잘 일으킨다. 우유는 유당불내성 때문에 설사나 소화불량 등을 일으키고 두유도 많이 먹으면 복통을 일으킨다. 또 우유는 동물성 단백질이 체액을 산성으로 만든다는 것이, 두유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검증이 안 된 게 문제다.

우유를 하루 700mL를 넘게 먹이면 많은 포화지방과 부족한 철분으로 비만과 빈혈로 직행하기 십상이다. 두유를 주식처럼 먹이면 칼슘 부족으로 뼈 성장이 저하되고, 몇몇 아미노산이 결핍되어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예전엔 우유를 ‘완전식품’이라며 황제 대접을 해 주었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 일부 채식주의자들은 ‘건강의 적’으로 여길 정도다. 그렇지만 성인과 달리 아이들에게 우유는 성장에 도움을 주는, 장점이 많은 식품이다.

따라서 우유, 두유의 우열을 가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돌이 지나면 아기들의 주식이 밥과 반찬으로 바뀌고 액상 음식은 조연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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