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다시 날아야 한다…연구개발 지원예산 97% 이공계로

  •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2005년도 교육통계연보를 보자.

대학 교원 가운데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비율은 55.7% 대 44.3%로 이공계가 조금 더 많고, 학부와 석사과정 학생은 인문사회계가 이공계보다 많다.

그런데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예산(2003년 기준) 중 인문학 분야의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부출연기관의 정책연구 예산을 제외하면 순수 인문학연구 지원금의 비율은 0.9% 미만이다. 여기에 사회과학 분야를 합쳐도 인문사회분야 지원액의 비율은 3.2%에 불과하다.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의 교원과 학생의 수는 엇비슷한데 연구개발 지원예산의 97%가 이공계로 몰리는 극심한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주로 세계화의 확산에 따른 신자유주의의 경쟁체제가 강화되면서 실용성이 떨어지고 투입-산출 구조로 명징하게 포착할 수 없는 인문학에 대한 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해체주의의 등장으로 종래 인문학이 확보했던 종합적 관점의 기반이 무너졌다는 인식의 확산도 큰 몫을 했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인문학의 생존방안은 △사회과학 또는 자연과학으로 융합 △어문과 역사를 종합한 지역학으로의 실용적 전환 △문화콘텐츠 상품 개발을 위한 하청연구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때 학문의 왕좌를 차지했던 인문학이 다른 학문의 도구적 존재로 전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대세일까. 한국사회에서 인문학의 사명은 역사적 종언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은 28일 오후 3시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으로서의 인문학’을 주제로 국내 인문학 분야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펼친다.

참석자는 김흥규(한국고전문학회 회장)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 최원식(민족문학사연구소 공동대표) 인하대 교수, 임현진(한국사회학회 회장) 서울대 교수,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임형택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원장, 이영훈(경제사학회 회장) 서울대 교수, 백영서(현대중국학회 회장) 연세대 교수, 박찬승(역사문화학회 회장) 한양대 교수다.

이 토론회는 G7 국가들이 인문학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인문학을 방치할 경우 미래 한국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으며, 인문학은 지식정보산업의 정신적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인문학 부흥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인문사회계와 이공계 전공자 수 비교
구분분야점유율
대학 교원인문사회계 44.3%
이공계55.7%
학생 학부인문사회계 56.0%
이공계44.0%
석사인문사회계 60.3%
이공계39.7%

정부 연구개발(R&D) 지원 예산 중 인문학 지원 예산
연도정부 R&D 총예산인문학 지원정부 R&D 대비인문학 지원 비율
20036조5000억480억0.74%
20046조9000억590억0.86%
20057조7000억556억0.79%
자료: 한국학술진흥재단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정부가 추진중인 지원 방안은…국책기관 설립이냐 연구과제 지원이냐

현재 정부의 인문학 지원 방안 모색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종합 관리·지원하는 경제사회인문연구회에서 최근 제안한 ‘인문정책연구원’의 설립. 이는 현재 인문학 박사급 유휴 노동력을 직접 투입해 인문학을 토대로 한 국가정책을 수립하게 한다는 것. 그러나 이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 국립국어원,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의 기능과 중복되는 국책기관을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결국 국가가 인문학 유휴 노동력에 대한 취로사업에 직접 나서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와 학술진흥재단은 이런 비판을 의식해 △연구과제 중심 지원 △한국학 중심 지원 방안을 들고 나왔다. 즉 15명가량의 인문학자로 ‘미래 한국 100년 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이곳에서 인문학을 토대로 한 국가 장기 전략과 한국학 발전과 관련한 대형 기획주제를 제시하면 이에 부합하는 세부 연구 과제를 제시하는 연구팀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도 정부가 위원회를 코드 인사로 채울 경우 특정 이념과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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