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롭지 않은 생활이라고 꿈마저 가난한 것은 아니다. 4월 3일 전시회가 끝나면 그는 곧바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다. 맨손으로 현대미술의 중심부에 뛰어들면서도 그는 당당하다. 전시장을 나서며 “나중에 뉴욕 구겐하임에서 뵙죠”라고 인사하니 “전 휘트니에서 하고 싶은데요. 하하”라는 씩씩한 답변이 돌아왔다.
요즘 서울 강남구 신사동 표화랑에서 개인전 ‘Grey Forest’전을 열고 있는 또 다른 작가 정용국(38) 씨. 동아미술제 등에서 수상한 그는 넓은 한지에 정갈한 수묵으로 숲과 바람, 산과 강을 되살려 내는 작가다. 24일 오후 그는 텅 빈 전시장을 홀로 지키고 있었다. 그는 작업에만 전념하기 위해 얼마 전 안정된 직장마저 그만두었다. 조용한 선비 같은 인상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사막의 낙타 같다.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는…. 끝내 오아시스를 못 찾아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최근 미술시장에서 투자가치가 높은 ‘블루칩 작가’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러나 척박한 환경에서도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고된 작가의 삶을 기꺼이 선택하는 수많은 젊은이야말로 미술생태계의 진정한 블루칩 작가가 아닐까. 그들이 있어 한국 미술은 건강하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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