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교과서 검정은 내가 말할 문제 아니다"

  • 입력 2006년 3월 30일 19시 41분


우리 정부가 일본 문부과학성의 고교 1학년 사회교과서 개악을 강하게 비판한 데 대해 일본 정부는 공식반응을 삼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30일 "문부성의 검정의견이 영토문제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된 것이 아니냐"는 일본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교과서 검정은) 전문가에게 맡겨 놓고 있다. 내가 말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외무성 고위 당국자는 이날 오후 본사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교과서 검정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진 일인 만큼 외무성으로서는 코멘트 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항의성명에 대해서는 "내용을 아직 모른다"며 언급을 피했다.

반면 출판계에서는 문부성이 일본 정부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교과서회사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기술을 허용하면서 영토 등 정책적인 문제는 획일적인 기술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현대사 부분은 정부 견해에 맞추기 위해 검정을 한다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이 무더기로 삽입된 데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를 제정한 시마네(島根) 현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시마네 현은 사회교과서를 발행하는 출판사에 스미타 노부요시(澄田信義) 지사 이름으로 공문을 보내거나 직원을 직접 보내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대목을 교과서에 넣도록 요청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시마네 현 측과 접촉했을 때 "다케시마에 관한 내용을 넣으면 교과서를 채택해줄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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