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6>過(과)

  • 입력 2006년 3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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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과)’에는 ‘지나다, 넘다, 심하다, 너무, 잘못하다, 실수하다’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의미들은 모두 ‘지나다’에서 나온 것이다. ‘지나는 행위’는 어떤 지점을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통과하는 행위를 나타낸다. ‘通(통할 통)’과 함께 쓰인 ‘通過(통과)’는 ‘관통하여 지나다’라는 뜻이고, ‘經(지날·경)’과 함께 쓰인 ‘經過’는 ‘지나가다’라는 뜻이다. ‘超(넘을 초)’와 함께 쓰인 ‘超過’는 ‘넘어가다’라는 뜻이다.

‘지나다’라는 행위는 어떤 기준점을 지나는 것이기도 하다. 이로부터 ‘일정한 한도나 정도를 넘다’라는 의미가 생긴다. ‘過分(과분)’은 ‘분수를 넘다’라는 뜻이며, ‘過度(과도)’는 ‘일정한 정도를 넘다’라는 뜻이다.

‘지나다’라는 행위가 어떤 기준점을 넘어서 계속 진행되면 심한 정도에 이르게 된다. 이에 따라 ‘過’에는 ‘심하다’라는 의미가 생긴다. ‘勞(힘쓸 로)’와 함께 쓰인 ‘過勞’는 ‘심하게 힘을 쓴 것’을 나타내며, ‘飮(마실 음)’과 함께 쓰인 ‘過飮’은 ‘심하게 마시다’라는 뜻이다. ‘심하다’라는 우리말은 ‘너무’와 같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熱(더울 열)’과 함께 쓰인 ‘過熱(과열)’은 ‘너무 뜨겁다’라는 뜻이며, ‘敏(민감할 민)’과 함께 쓰인 ‘過敏(과민)’은 ‘너무 민감하다’라는 뜻이다. ‘剩(남을 잉)’과 함께 쓰인 ‘過剩’은 ‘너무 많이 남은 것’을 나타내고, ‘過大妄想(과대망상)’의 ‘過大’는 ‘너무 큰’이라는 뜻이다.

‘지나다’라는 행위가 어떤 기준점을 넘어서 계속 진행되면 심한 정도에 이르게 되고, 심한 정도가 더해지면 잘못하거나 실수를 하게 된다. 이로부터 ‘過’는 ‘실수하다, 잘못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失(실수할 실)’과 함께 쓰인 ‘過失’은 ‘실수, 잘못’이라는 뜻이고, ‘誤(그릇될 오)’와 함께 쓰인 ‘過誤’는 ‘잘못하여 그릇됨’라는 뜻이다. ‘罪(허물 죄)’와 함께 쓰인 ‘罪過’는 ‘허물을 짓고 잘못한 것’이라는 뜻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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