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작품에서 풍기는 느낌은 매우 다르다. 한쪽 그림에선 아들을 죽여야 하는 아버지의 고뇌가 절절하게 표현된 반면, 다른 그림에선 아들의 목을 움켜쥐고 예리한 칼을 들이댄 잔인한 아버지가 부각돼 있다.
부정(父情)의 애틋함이 담긴 그림은 렘브란트(1606∼1669)의 것이요, 섬뜩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작품은 카라바조(1573∼1610)가 그렸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바로크시대 두 대가의 작품이 사상 처음 한자리에서 만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박물관에서 6월 18일까지 열리는 ‘렘브란트-카라바조’전.
‘이탈리아의 렘브란트’라는 평가를 받은 카라바조와 ‘알프스 저편의 카라바조’라고 불렸던 렘브란트.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 호에 따르면, 그들의 걸작 38점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이 흥미로운 전시는 렘브란트 탄생 400주년 기념으로 기획됐다.
생전에 둘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평생 네덜란드를 떠나지 않았던 렘브란트는 스승 피터 라스트만을 통해 간접적으로 카라바조의 작품 세계의 영향을 받았을 뿐이다. 활동시기와 무대도 달랐지만 두 사람은 극적인 표현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데 천재적 재능을 보였다. 또 이들은 빛을 잘 다루는 화가이자, 아름답고 성스러운 그림이 아니라 강렬한 힘과 진실이 담긴 작품을 추구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번 전시회를 보면 둘은 여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차이를 드러냈다. 렘브란트의 ‘다윗왕의 편지를 든 밧세바’에서 관객들은 풍만한 나체가 아니라 갈등하는 여인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남편을 배신하라는 제의를 받은 밧세바의 눈동자에선 ‘할까, 말까’ 결단의 기로에 선 여자의 고민이 담겨 있다. 이에 비해 카라바조가 그린 여성들은 성녀 혹은 창녀가 확연히 구분된다. 그는 번민과 망설임의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 렘브란트와 달리, 일단 한쪽으로 마음을 정한 여성이 행동에 집중하는 순간을 그려 대비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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