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37>宰相

  • 입력 2006년 4월 3일 03시 03분


여성 국무총리 후보자가 탄생했다. 국무총리를 ‘宰相(재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宰相’이란 원래 임금의 바로 아래에서 모든 관직을 통솔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宰相’을 ‘一人之下(일인지하), 萬人之上(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一人之下’는 ‘한 사람의 아래’, 즉 ‘임금의 아래’라는 뜻이고, ‘萬人之上’은 ‘만인의 위’, 즉 ‘모든 백성의 위’라는 뜻이다. ‘之(지)’는 ‘∼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이는 ‘임금의 아래에 있지만 모든 백성의 위에 있다’라는 말이 된다.

‘宰’에는 ‘주관하다, 맡아 다스리다, 잡다, 도살(屠殺)하다’라는 뜻이 있지만 원래는 ‘요리사’라는 뜻이었다. 중국의 고대 국가인 商(상) 나라의 湯王(탕왕)은 요리사였던 伊尹(이윤)이라는 사람을 재상으로 등용했다. 그 사람이 그만큼 훌륭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요리사를 뜻하는 ‘宰’가 ‘재상’의 직위를 나타내게 되었다.

‘相’은 원래 ‘보다, 보살피다’라는 뜻에서 출발하여 ‘돕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돕다’라는 의미에서 다시 ‘돕는 사람, 시중드는 사람, 하인’과 같은 의미가 나왔고, 이러한 의미가 ‘임금을 돕는 사람, 임금의 하인’이 되면서 ‘정승’과 같은 높은 직위를 나타내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군주국가에서는 장관을 ‘相’이라고 부른다. 일본이나 영국에서는 외무부 장관을 ‘外相(외상)’, 내무부장관을 ‘內相(내상)’이라고 부른다.

‘相’을 영어에서는 ‘minister’라고 한다. ‘the Minister of Education’은 교육상이고 ‘the Minister of Defense’는 국방상이다. 그러나 ‘minister’도 원래는 ‘보다, 보살피다’라는 뜻이었고, 이로부터 ‘돕다’라는 뜻이 나왔다. 하나님을 돕는 사람은 목사이고, 왕을 돕는 사람은 대신이나 장관이다. 그러므로 ‘minister’에는 ‘목사, 대신, 장관’이라는 의미가 있다. ‘宰相’과 ‘minister’를 보면 동서양이 모두 ‘돕는 사람’으로부터 ‘재상, 장관’이라는 의미가 나왔음을 알 수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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