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작에도 공식이 있다. 문학평론가 오창은 씨는 ‘문학사상’ 4월호에 실린 ‘2006년 신춘문예 당선작 집중 분석’에서 최근 몇 년 새 두세 개의 신춘문예를 동시에 석권하는 신인 등단자가 늘어나는 경향에 주목하면서 신춘문예 당선작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그가 찾아낸 공식은 ‘단문의 법칙’ ‘천칭의 법칙’ ‘전문화의 법칙’ 등 세 가지.
올해 신춘문예 당선작은 ‘피팅룸 앞에 선다’처럼 짧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반면 1970년대 당선작의 첫 문장은 ‘나는 열 살 때 고향을 등진 후 여태껏 찾아가 본 적이 없다’로 2배 이상 길었다. 오 씨에 따르면 1970년대 주요 당선작의 첫 문장이 22∼39자인 반면 올해 당선작의 첫 문장은 7∼16자다.
‘천칭의 법칙’은 서두를 인상적으로 묘사한 뒤 결론 부분에서 이것을 다시 강조함으로써 무게중심을 양쪽 끝에 둔 천칭의 구조를 추구하는 것. 또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불행한 가족사’를 즐겨 그리던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최근엔 가족 부양 의무에서 자유로운 ‘전문직업군’을 자주 등장시키는 것도 눈에 띈다.
오 씨는 “최근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완제품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등용문을 통과하려는 예비 작가들에게 구조적으로 패턴 학습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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