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숙 무형문화재 지정에 ‘무형의 힘’?

  • 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원의 여동생이자 국가정보원 이상업(李相業) 국내담당 2차장의 부인인 이화여대 문재숙(文在淑·국악) 교수가 최근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것에 대해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손봉숙(孫鳳淑) 의원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교수가 최근 문화재청이 발표한 중요무형문화재 ‘가야금 산조’ 보유자로 지정된 과정이 매우 파행적”이라며 “권력 실세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지난달 13일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에서 양승희 한국산조학회 이사장과 함께 김죽파 계열의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무형문화재에 만장일치로 인정됐다.

손 의원은 “2002년 심사 당시 문화재위원 및 국악 전문가들이 문 씨의 기량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는데도 문화재청이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며 “그 후 6번의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논란이 많았는데 문화재청이 지난달 보류 사유가 해소됐다는 뚜렷한 증거 없이 보유자 인정 절차를 강행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문화재청이 작성한 ‘가야금 전승실태 보고서’도 공개했는데 여기엔 ‘김죽파 선생에게 배웠던 모든 이들은 문재숙의 산조 연주 실력은 거의 인정하지 않지만 악보 채보에 힘써 김죽파류에 가까운 가락을 복원했다. (문 교수가) 연주자보다 이론가로서 활동이 돋보였으며 현재 특수한 개인적 배경으로 주변에 문 교수를 따르는 이가 많다’고 적혀 있다. 문 교수는 대학에서 국악사 등 이론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국악계의 한 관계자는 “한 계파에서 한꺼번에 2명이나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나온 것은 상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의원 측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대꾸할 일고의 가치도 못 느낀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날 해명 자료를 내고 “보유자 인정 수는 복수 제도로 돼 있고 도살풀이춤처럼 한 계보에서 두 명이 인정 예고받는 경우도 있다”며 “조사보고서에도 그동안 전수조교로 꾸준히 실기를 연마해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밝혔다.

한 문화재위원은 “13일 문화재위원회에서 위원들 사이에 ‘오랫동안 인정 여부가 유보됐는데 이번에 해야 하느냐’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전수조교로 오래 활동해 온 점이 인정되고, 배석한 문화재청 관계자가 ‘꼭 해결해 달라’고 요청해 통과시켰다”며 “외압은 없었으며 다른 심사 때도 문화재청 관계자가 그런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권오성(한양대 교수) 김철호(국립국악원장) 최태현(중앙대 국악대학장) 위원을 비롯한 15명의 문화재위원이 참여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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