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는 대기만성형 인물이다. 1992년 힙합 그룹 ‘더 블랙 아이드 피스’의 리더로 데뷔한 그는 11년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2003년 그룹이 발표한 앨범 ‘엘레펑크’에서 5곡을 히트한 뒤 비로소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후 지난해 ‘멍키 비즈니스’를 발표해 미국 내에서 300만 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음악적 위상을 확고하게 다졌다. 이런 그를 두고 ‘신인 뮤지션’이라 한다면 그가 무진장 슬퍼할 것 같다.
원래 그는 갱스터 랩 그룹 ‘N.W.A’의 멤버 이지-이(Eazy-E)가 발굴한 인물. 갱스터 랩이나 거친 음악을 할 것처럼 생겼지만 그의 음악적 취향은 ‘잡식’에 가깝다. 아이돌 그룹 ‘엔 싱크’의 보컬 저스틴 팀버레이크부터 흑인 솔 여가수 메이시 그레이까지 가리지 않고 작업한다.
최근 그는 자신의 레이블 ‘윌.아이.앰 뮤직 그룹’을 설립하고 세르지우 멘데스의 새 음반 ‘타임리스’를 만들었다. 중년의 세르지우 멘데스에게 힙합과 재즈, 보사노바 등을 섞은 ‘젊은 비빔밥’을 만들어 준 것이다. 30년 선배인 세르지우 멘데스가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이유, 그건 바로 그의 ‘하이브리드’ 정신 때문이 아닐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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