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우리 들꽃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취미로 꽃을 찍으러 다닌다고 하면 “야생화요?”라고 알은체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러한 현상에 발맞추어 이 방면의 안내서도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모두에게 신뢰를 주면서 풍부한 정보와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는 안내서는 의외로 드물다는 사실이다. 그러던 중 필자는 최근 현진오 박사의 ‘사계절 꽃산행’을 만나 기분 좋게 읽고 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설악산 태백산 덕유산 한라산 변산반도 동강 울릉도 등 들꽃의 명소로 이름난 곳을 중심으로 엮었다. 말하자면 들꽃의 자생지를 소개한 부분이다. 그리고 제2부는 변산바람꽃 앉은부채 가시연꽃 분홍바늘꽃 광릉요강꽃 등 들꽃 중에서도 특별히 가치가 높은 꽃들을 중심으로 엮었다.
이렇게 2부로 나뉘어 있는 것이 우선 이 책의 장점이다. 읽는 사람이 그때그때 용도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언제 태백산 일대를 한번 가 보고 싶은데’라고 생각하였다면 바로 제1부의 태백산을 보면 된다. 그러면서 어디에 가면 우리나라 특산 식물인 모데미풀을 만날 수 있고, 그것도 어느 산에 가면 가장 큰 군락지를 볼 수 있다는 식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더 큰 장점은 이 모두가 저자의 생생한 탐험 기록이라는 점이다. 책을 읽어 나가노라면 마치 어떤 탐험가의 탐험기를 읽는 스릴을 맛보게 된다. 지금까지 남한에는 없다고 알려졌던 꽃을 만났을 때의 흥분, 새 군락지를 발견하였을 때의 황홀감, 그런 것을 마치 내 것인 양 함께 느끼게 된다. 사실 깊은 산에 가 꽃을 만나는 기쁨은 바로 보물을 찾는 기쁨이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다. 저자의 깊은 전문 지식이 곳곳에서 빛난다. 그것도 유려한 문장력으로 마치 수필을 읽듯 가볍고 운치 있게 전달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이것일 것이다. 꽃 이름의 유래에 얽힌 전문적인 해설, 식물 분류에 대한 학계의 최근 동향, 자연 보호에 대한 국가 정책의 여러 정보, 식물 생태에 대한 세세한 내용 등 저자가 아니면 이 모두를 이렇게 종합적으로, 또 이렇게 균형 있게 다루지 못하였을 것이다.
식물학과를 졸업한 정통파로서 현재 동북아시아식물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꽃산행’이라는 새말을 만들어낸 저자. 그에게서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필자를 올 한해도 산과 들로 이끌어 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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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섭 국어학자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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