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호기심이 일게 하는 이 책의 저자는 강원 영월군 서강 맑은 숲에 집을 짓고 자신의 본업인 신앙과 더불어 환경운동에 몸을 담고 있는 최병성 목사다. 그가 갑작스레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된 배경을 ‘작가의 말’을 통해 읽어 보면 그가 자연에 대해 품고 있는 마음의 진정성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은거하기 위해 서강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겨울 밤, 꽁꽁 얼어붙은 서강이 그에게 울음으로 말을 걸었다. 이제 인간들에 의해 파괴되고 말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면서. 그 절망어린 울음에 작가는 두 팔을 벌려 서강의 얼어붙은 얼굴을 온몸으로 껴안아 준다. ‘울지 마, 네 맑음을 지켜 줄게!’ 결국 세상을 피해 숨어들어간 서강이 도리어 작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이다.
환경운동의 시작, 자연과의 대화의 시작은 작가에게 이렇게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동화이고 우화이다. 이 시작으로 말미암아 씌어진 ‘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 역시 이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들과 동화들과 우화들의 모음이다. 제목에서조차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은가. 왜 딱새에게 집을 빼앗겼을까? 왜 집을 빼앗겼는데도 바보처럼 행복할까?
딱새와 한지붕 아래 살게 된 조금은 딱해 보이고 조금은 코믹한 이야기. 이 우화 속에는 자연과 모든 것을 함께 나누며 살게 된 억울하면서도 즐거운 관계 맺기의 감동이 살아 있다. 또한 잠자는 듯 고요한 겨울 숲이야말로 생명의 씨앗들이 운동경기를 벌이는 가장 소란스러운 운동장이라는 이야기, 상처투성이인 못난 나무가 벌목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살아남고 나중에 홍수 때 작은 벌레들의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는 이야기,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한 꼭지 한 꼭지에 묘사된 ‘자연 드라마’들이 결코 상상이 아니라 작가의 실제 경험이고 아울러 우리의 실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40여 편의 이 모든 이야기를 작가로 하여금 체험하게 한 중요한 조건은 ‘관점을 달리하기’다. 자기 입장, 인간의 입장에서만 보지 않고 자연의 입장, 이제까지 고려해 보지 않았던 또 다른 방향과 거리에서 다시 이 세상을 본다면,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들이 상상 아닌 진실로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위대한 장점은 이 자연 이야기가 반드시 언제 어디서고 인간의 삶과 연결된다는 점에 있다. 책에 등장하는 우화들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어우러지는 이야기, 우리 삶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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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인세를 생태박물관을 짓는 데 쓰고 싶다는 최 목사의 소원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을 이해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작가라면 그가 만들 생태박물관은 자연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성희 숲생태지도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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