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실린 중단편 11편의 공간의 폭은 넓다. 러시아 바이칼 호와 헝가리 부다페스트, 프랑스의 고성(古城) 등 세계 곳곳이 배경이다. 1년 중 한 달은 유럽 여행을 다닌다는 함 씨의 여행길 발자취가 느껴진다.
그러나 이국적인 공간에서도 작가가 발견하는 것은 사람들이 안고 살아가는 마음의 상처다.
표제작은 정신적 장애를 겪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음악치료사 얘기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를 치료하면서, 대학 동창의 눈 깜박임 현상을 고치는 것을 도우면서 치료사는 바이칼 호로 떠난 연인을 떠올린다.
다른 사람의 장애를 고치는 치료사의 마음에는 정작 연인과의 이별로 인한 아픔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던 것. 작가는 이렇게 담담한 전개 속에서 섬세한 마음의 무늬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함 씨는 “운명이 되려다 만 것들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연인이, 혹은 거대한 역사가 되려다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쓸쓸한 기억이 담긴 작품들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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