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런 어둠 속을
밤 열어 길 열어 가는 사내.
길바닥 드문드문 괸 빗물에 내려비친
하늘을 지켜보다
하늘 안으로 사라져 들어간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만나러 가는 사내.
산에 닿아
짐 벗어놓고
돌아오지 않은 사내.
―시집 ‘이성선 시전집’(시와시학사) 중에서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만나러 간 사내, 사내 찾으러 저녁밥 짓던 행주치마 차림으로 물 속 길 걸어간 아낙, 아낙 찾으러 고무신 자국 따라간 늙은 아들, 늙은 아들 따라 졸랑졸랑 쫓아간 강아지, 강아지 찾아 어른거리던 구름한 조각, 길바닥에 괸 빗물 마르자 흔적 없네.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얼마나 고요한지 아무도 들은 이 없네. 물 속 빈 산 꽃피는 소리 얼마나 먹먹한지 아무도 들은 이 없네. 다만 해마다 봄비 내리면 앞 산 뒷 산 천 개의 꽃피는 소리로 돌아온다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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