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39>莫(막)

  • 입력 2006년 4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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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莫(막)’은 갑골문에서는 해가 숲 속에 지고 있는 모양을 나타낸다. 산이 없는 평야지대에서는 해가 지평선으로 지게 되며, 지평선 부근에 나무가 있으면 해는 숲 속으로 지게 된다. 따라서 ‘莫’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저녁, 해질 녘, 날이 저물다’이다. 해가 숲에 지면 해는 보이지 않으며, 또한 주변의 사물이 보이지 않게 되므로 이에는 ‘어둡다, 안 보이다, 없다, 고요하다’라는 의미도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의미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의미는 ‘없다’이다. 이 경우의 ‘없다’는 약간 특수해서 ‘이보다 더 ∼한 것은 없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책임이 ‘莫重(막중)’하다는 말은 ‘이보다 더 무거운 것은 없다’라는 뜻이다. 누구와 ‘莫逆(막역)’한 사이로 지낸다고 말할 때의 ‘逆’은 ‘거스르다’라는 뜻이므로, 이는 ‘이보다 더 거스를 것이 없는 사이’, 즉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는 뜻이다. ‘없다’라는 의미로부터 ‘없애다’라는 의미가 나오고, 이로부터 ‘깎다’라는 의미도 나온다. ‘莫’과 ‘수(물 수)’가 합쳐진 ‘漠(막)’은 ‘사막’이라는 뜻인데, 이는 물이 없는 곳이 사막이라는 것을 나타낸 글자이다. ‘莫’과 ‘巾(수건 건)’이 합쳐진 ‘幕(막)’은 ‘안 보이도록 하는 천’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장막’을 나타낸다. ‘暮(모)’는 ‘莫’과 ‘日(해 일)’이 합쳐진 글자로서, ‘해가 없어진 상태’ 즉, ‘저물다’라는 뜻이다. ‘慕(모)’는 ‘莫’과 ‘心(마음 심)’이 합쳐진 글자로서 ‘없는 사람이나 없는 것을 생각하는 마음’, 즉 ‘그리워하다, 사모하다, 원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募(모)’는 ‘莫’과 ‘力(힘 력)’이 합쳐진 글자로서 ‘힘들여 없는 것을 구하다’, 즉 ‘없는 것을 모으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學生募集(학생모집)’이라는 말은 ‘현재 없는 학생을 모은다’라는 뜻이다. ‘莫’에는 ‘깎다’라는 뜻이 있다. 이러한 ‘莫’과 ‘木(나무 목)’이 합쳐진 ‘模(모)’는 ‘나무를 깎다’를 나타내는 데, 고대에는 나무를 깎아서 어떤 모형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模’에는 ‘모형, 모양’이라는 뜻이 있는 것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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