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합리적 가격… 명품의 자부심 ‘매스티지’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커피빈 매장
커피빈 매장
‘매스티지(Masstige)의 시대.’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의 합성어인 매스티지는 대중과 럭셔리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제품을 말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003년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산층 소비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 품질과 감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을 찾는다’며 매스티지 트렌드를 전했다. 소수 상류층만 즐기는 고가의 ‘올드 럭셔리’가 아니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도 접근할 수 있는 ‘대중 명품’이 곧 매스티지 제품이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박정현 연구원은 “매스티지 제품은 적은 비용으로 ‘자기 과시’를 하고 싶은 합리적 소비자들이 형성한 트렌드”라며 “의류뿐 아니라 전자제품 자동차 음식 등 전 품목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올드 럭셔리보다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매스티지 제품을 적극적으로 내놓을 전망이다.

○ 디젤 닥터마틴 빈폴이 매스티지

매스티지를 추구하는 제품들. LG 디오스 냉장고, 닥터 마틴 구두, 디젤 청바지, 뱅앤올룹슨 전화기.(위부터)

패션 의류로는 ‘아르마니’와 ‘루이뷔통’의 대중 브랜드인 ‘아르마니 익스체인지’와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가 대표적인 매스티지 브랜드로 꼽힌다. 이들은 아르마니와 루이뷔통에 비해 가격이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다. 30만 원대 프리미엄 청바지인 ‘디젤’과 10만∼15만 원 정도인 구두인 ‘닥터마틴’도 대표적인 매스티지 브랜드.

이들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품질이나 디자인, 매장의 분위기는 대중 브랜드보다 고급스럽다. 고객들도 중산층 이상이며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충성도가 높다는 공통점도 있다.

국산 브랜드 중에서는 ‘빈폴’이 대표적인 매스티지.

빈폴은 처음부터 매스티지 전략을 구사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폴로’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게 디자인했으나 가격은 저렴하게 설정했다. 매장과 광고도 명품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고급스럽게 꾸몄다.

스스로를 ‘매스티지족’이라는 김승연(경희대 2년·여) 씨는 “매스티지 브랜드의 매장이나 광고를 보면 제품은 물론이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까지 저렴하게 구입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커피 빈을 비롯한 브랜드 커피점들도 호텔 커피와 일반 카페의 커피 사이를 파고들며 매스티지 상품으로 자리 매김했다. 커피빈코리아의 장윤정 팀장은 “브랜드 커피점들은 호텔 커피의 3분의 1에서 절반 수준인 가격의 고급 커피를 일반 카페와는 다른 독특한 디자인의 매장에서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로 소비자들을 끄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 전자제품과 자동차도 매스티지 트렌드

전자제품과 자동차 업계에서도 매스티지 바람이 불고 있다.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은 매스티지 제품의 하나로 유선전화기 ‘베오컴 1401’을 내놓았다. 이 전화기는 뱅앤올룹슨 오디오를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우나 뱅앤올룹슨의 스타일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이다. 디자인과 컬러는 오디오처럼 심플하고 컬러풀하다.

기아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스포티지’는 이름부터 매스티지임을 강조한다.

이 차의 이름은 ‘스포츠(SPORTs)’ ‘매스(mAss)’ ‘명품(prestiGE)’의 합성어다. 레저와 스포츠를 즐기며 합리적인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매스티지 계층을 위한 차라는 뜻이다. 스포티지는 고가의 외제 SUV를 구입하기는 어려우나 우수한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SUV를 원하는 소비자를 고객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대형 디지털TV’ 등도 최근 공급이 늘어나고 가격도 저렴해지면서 매스티지 제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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