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 원과 띠 등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된 작품들은 1981년부터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가 이상남 씨의 평면작업들. 고된 노동을 거쳐 전통 공예의 재료인 옻을 소재로 만든 작품들은 1, 2층에 5점, 7층에 2점 등 7∼12m 길이의 대작 7점이 전시돼 있다. 입체를 평평하게 만든 듯한 독특한 작품들로, 동양 산수화의 여백을 서양 미학의 공간에 적용시켜 역동적이면서도 긴장감이 전해진다.
이번 작업은 ‘기업과 미술의 신선한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축 대형 건물에 들어가는 형식적인 환경조형물이 아니라 건물주와 작가가 의기투합해 미술관 전시처럼 한 작가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공간을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여태껏 한 작가의 작품으로 한 건물을 꾸민 경우가 없었기에 모든 과정이 내겐 도전이었다”며 “일단 작업을 맡긴 뒤에는 누구도 간섭하지 않아 마음껏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 2층의 작품이 층수를 넘어 수직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하고, 작품과 안 어울린다는 이유로 벽의 대리석 마감재를 떼어 내라는 작가의 요구는 100% 받아들여졌다. 보통 건물 인테리어에 작품을 끼워 맞추지만, 그는 작가로서 새로운 장소와 공간을 만나 해석하고 대화하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경영진은 이를 수용했다. 그 결과 이 건물만의 독자적 표정을 만들 수 있었고 회사 측은 미술품 투어도 구상 중이다. 작가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1년간 작업하면서 8㎏이 빠졌지만 미술 전문가들뿐 아니라 직원들이랑 일반인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여 만족합니다. 대중의 상식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비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10일 이종상 화백의 동판작품 ‘부활’의 제막식을 하는 대림성모병원의 변신도 주목된다. 이 병원은 신체의 병만큼이나 마음의 치유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화백 외에도 임영선, 우재길, 이선원의 작품 30점을 전시해 갤러리 같은 공간을 꾸몄다.
매일같이 대하는 미술품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회색빛 도시에서 미술과의 즐거운 만남이 필요한 이유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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