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3년 함마르셸드 유엔사무총장 선출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따뜻하고 이해심이 많아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

유대인 사상가 마르틴 부버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 친구는 1953년 4월 10일 2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스웨덴 출신의 경제학자 다그 함마르셸드.

함마르셸드는 스웨덴 재무부 서기와 스톡홀름대 정치경제학 교수, 외교부 장관 등을 지낸 ‘준비된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그는 헝가리 자유화 운동(1956년), 중동 분쟁 등의 해결에 앞장서 유엔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1961년 56세 때 아프리카에서 불의의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을 거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당시 그의 유품으로 성경 등 책 2권이 발견됐다. 비행기 사고로 숨지기 며칠 전 함마르셸드는 일기장에 “하루하루 겸허함을 배우게 해 달라”고 적었다.

노벨위원회는 함마르셸드가 숨진 뒤 그의 공적을 기려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요즘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후임으로 한국인 사무총장이 나올 것인지에 관심이 높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유엔 내부에서도 8대 사무총장은 ‘아시아 차례’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아시아 출신 사무총장은 1961년부터 10년간 제3대 사무총장을 지낸 미얀마인 우탄트가 유일하다.

아시아 지역 안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은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전 태국 외교부 장관을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미 성향의 국가들이 미국과 동맹관계인 반 장관을 사무총장으로 밀어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국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국제사회에서 강대국과 약소국의 문제를 조정하고 각종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자리인 만큼 국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전쟁과 분쟁지역을 찾아다녔던 함마르셸드는 평소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죽음을 찾지 말라. 죽음이 당신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완성으로 만드는 길을 찾으라.”

숨이 멈출 때까지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말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