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 전당-성남 아트센터서 잇단 공연
![]() |
오페라에서 베이스는 왕이나 제사장 같은 권위 있는 역이나 중후한 아버지 역을 맡는다.
그만큼 유럽 무대에는 키 2m가 넘는 거구에서 깊은 소리를 뽑아내는 베이스 가수가 즐비하다.
![]() |
그러나 ‘작은 거인’ 연광철은 키 170cm지만 특유의 부드럽고 강인한 음색의 목소리만으로 유럽 무대를 제패했다. 10년째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 초청받고 있는 그는 올여름 새 버전의 ‘니벨룽의 반지’에서 파졸트와 훈딩,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마르케 왕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또 9월 ‘루치아’(파리), 11월 ‘트리스탄과 이졸데’(베를린), 12월 모차르트 ‘레퀴엠’(빈) 등 연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다.
5년 만에 ‘돈 조반니’로 한국 무대에 서는 연 광철은 전설적 바람둥이 돈 조반니의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는 시종 레포렐로 역을 맡았다. 그는 “레포렐로는 돈 조반니의 사생활을 가장 객관적으로 지켜보고, 대신 하녀를 유혹하기도 하며 극을 설명해 주고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는 인물이라 무척 흥미롭다”고 말했다.
반면 ‘마술피리’에서 어둠을 밝히는 제사장으로 출연하는 아틸라 전은 185cm의 키에 120kg의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야성미가 매력적이다. 훈족 왕의 이름인 ‘아틸라’를 예명으로 삼은 그는 “유럽 사람들이 제 외모와 이름을 접하고 처음엔 무서워하는데, 일단 한번 들으면 잘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틸라 전은 1998년 ‘리골레토’의 살인청부업자 스파라푸칠레 역으로 유럽 무대에 데뷔한 이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의 주역 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2004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으로 한국 남자 성악가로는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고,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바이로이트 축제에 초청받았다.
![]() |
○ “모차르트 오페라는 육상의 달리기”
두 사람은 베이스 가수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할 수 있는 바그너 작품에 주로 출연해 왔지만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인 올해는 모차르트 작품 출연이 많이 예약돼 있다. 연광철은 올해 빈과 베를린에 이어 ‘돈 조반니’만 세 번째 무대다. 아틸라 전도 2월 도쿄와 서울에서 ‘마술피리’의 사라스트로 역을 하고 6월 빈, 8월 이탈리아 라 스칼라 무대에서 ‘돈 조반니’의 기사장 역할을 맡는 등 모차르트 작품에 잇따라 출연한다.
“모차르트 오페라는 운동으로 치면 기본에 해당하는 달리기와 같습니다. 제가 바그너에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차르트야말로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매년 30% 정도는 소화하려고 하죠.”(연광철)
“바그너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베이스 가수가 적기 때문에 바그너 작품에서 항상 먼저 연락이 옵니다. 그러나 저는 연광철 선배님처럼 빅 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한 가지에 집중하지 않고 모차르트나 베르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배우고 싶습니다.”(아틸라 전)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