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인의 아들로 태어난 모세가 이집트의 왕자로 자라다가 추방당한 뒤 히브리인을 구원의 길로 이끌고 하나님에게서 ‘십계명’을 받기까지를 그린 이 프랑스 뮤지컬은, ‘모세’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는 성경 속 ‘사실’에 사랑이야기 등 상상력이 덧보태진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제작사 측은 중간 중간 관객의 이해를 위해 원작에 없는 상황설명을 자막에 넣었다.
○ 초대형 무대 자체가 또 다른 주인공
특히 1막의 경우 모세의 생모 요시벨과 양모 비티아, 모세와 의형제를 맺은 람세스, 두 남자가 동시에 사랑하는 이집트 미녀 네페르타리,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 모세의 누이와 형인 미리암과 아론, 모세를 사랑하는 여인 시포라 등이 나오지만, 대사 없이 이어지는 시적인 노랫말만으로는 이런 인간관계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노트르담 드 파리’와 함께 프랑스가 자랑하는 ‘국민 뮤지컬’인 ‘십계’의 내한공연은 직전에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노트르담…’과 어쩔 수 없이 비교된다.
‘노트르담…’이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이 돋보이는 사랑의 서정시라면 ‘십계’는 스펙터클이 부각된 종교적 대서사시에 가깝다. 그런 작품 성격 때문인지 한번 들으면 귀에 감기는 ‘노트르담…’의 감미로운 노래들에 비해 ‘십계’의 노래는 훨씬 웅장하지만 멜로디의 흡인력은 덜하다.
극도로 단순했던 ‘노트르담’의 무대와 달리 ‘십계’는 초대형 무대 자체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십계’의 무대는 중앙무대와 양 옆 날개 무대, 그리고 중앙 뒤쪽의 가변 무대까지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여기에 영상 효과를 위한 대형 스크린도 3개 설치됐다. 너비 55m, 깊이 20m, 높이 17m의 이 초대형 무대 때문에 ‘십계’는 일반 공연장이 아닌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막을 올리게 됐다.
○ 스펙터클한 장면 S석서 더 잘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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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넓은 만큼 이 뮤지컬의 내용을 꿰고 있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플로어에 마련된 VIP석이나 플로어 바로 뒤인 R석보다는 오히려 더 싸고 멀리 떨어진 S석을 권한다. VIP석에서는 군무를 추는 40명에 이르는 무용수의 멋진 근육과 배우의 생생한 표정을 볼 수 있지만, 무대와 가깝다 보니 전체 장면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막의 위치도 VIP석에서는 너무 높아 자막과 무대를 부지런히 오가야 한다.
이 작품의 압권은 역시 2막 후반부의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이다. 무대 바닥과 위에서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양(1회에 120만 원어치)의 드라이아이스와 대형 스크린의 영상이 결합해 순간적으로 눈앞에서 폭포수 같은 파도가 쏟아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대작이기에 느낄 수 있는 이런 스펙터클에 감탄하느냐, 스펙터클에 묻혀 버린 디테일을 아쉬워하느냐는 각자의 몫. 5월 9일까지. 화∼금 8시. 토 일 공휴일 3시 7시. 올림픽 체조경기장. 4만∼15만 원. 1588-6122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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