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등 연주
비올리스트 김상진(34·연세대 교수) 씨가 13일 오후 8시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그는 최근 발매한 자신의 첫 비올라 앨범 ‘라 비올라 로만티카’(스톰프뮤직)에 실린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와 포레의 ‘꿈꾸고 난 후’ ‘시칠리엔’, 비외탕의 ‘비올라 소나타’, 카를 라이네케의 ‘3개의 환상소품’ 등을 연주한다.
김 씨는 국내 최초의 비올라 솔리스트인 부친 김용윤 이화여대 교수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아버지, 형 우진(KBS교향악단 첼로 수석) 씨와 함께 현악3중주를 하면서 자랐다. 독일 쾰른 음대에 입학한 1991년 동아음악콩쿠르 비올라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고, 이후 줄리아드음악원 전문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비올라는 실내악의 악기다. 세계 최고의 비올라 솔리스트로 꼽히는 유리 바슈메트도 독주회보다는 한 해 공연 스케줄의 50% 이상이 실내악 연주다. 김 씨는 “비올라는 실내악에서 ‘중용(中庸)과 균형’을 지키는 진정한 리더”라고 말했다.
“비올라를 연주하면 바위가 파도에 깎이듯이 성격이 둥글둥글해지지요. 바이올리니스트나 피아니스트는 독선적인 성격이어도 솔리스트로 활동하면 되지만, 실내악에서 ‘조절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비올리스트는 독선적이면 연주를 할 수가 없어요.”
그는 “바흐부터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드보르자크, 힌데미트 등 많은 작곡가도 자신의 곡을 연주할 때 비올라를 맡아 위와 아래 성부를 조율했다고 한다”며 “중음역(中音域)을 들으면 그 작곡가의 수준과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올라 음색엔 절대 질리지 않죠”
일반적으로 음악을 이해하는 단계는 처음엔 멜로디(바이올린), 그 다음엔 베이스 라인(첼로), 마지막으로 중음역(비올라) 악기라고 한다. 그만큼 비올라 소리를 찾아내 감상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김 씨는 비올라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를 청국장이나 김치, 치즈와 같은 발효음식에 비유했다.
“원래 첫 맛이 강렬하거나 시각적으로 화려한 음식은 금세 질리잖아요. 그런데 청국장이나 김치 같은 발효음식은 처음엔 먹기 힘들어도 익숙해지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죠. 비올라의 음색이 그런 것 같아요.”
김 씨는 2003년 송영훈(첼로) 김정원(피아노) 김수빈(바이올린) 씨와 함께 MIK앙상블을 창단했다. 그는 “평소에는 각자 솔로로 활동하다가 연주회나 음반을 낼 때만 모여서 활동하기 때문에 클래식계의 그룹 ‘신화’로 불리고 있다”며 웃었다. 2만∼5만 원. 02-2658-354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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