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현대미술이 어려워? 이렇게 재미있는걸∼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1분


바닥엔 33개의 노란색 장난감 불도저와 포클레인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어떤 포클레인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냉면 그릇 안에 담긴 쌀을 쉴 새 없이 퍼 나르고, 어떤 장난감들은 부서진 채 놓여 있다. 한쪽 구석에는 노점상들이 파는 장난감 순환도로 위로 자동차들이 쌩쌩 질주하고 그 모습은 모니터에 확대돼 비친다. 허공에는 우주소년 아톰이 한 팔을 앞으로 쭉 내밀고 뱅글뱅글 돌아간다.

5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서 열리는 ‘이경호 개인전-Traveler’에 선보인 ‘풍경’이란 비디오설치 작품이다. 현대미술이 난해하다고 하지만 이 전시회는 작가의 잔잔한 유머로 보는 이들에게 쏠쏠한 재미와 웃음을 안겨 준다. 장난감 중장비들을 활용한 이 작품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지루하지 않을 법한데 작가는 덤으로 관객들이 발로 찰 수 있도록 스테인리스 그릇까지 갖다 놓았다.

“어렸을 때 갖고 싶었는데 못 가졌던 장난감들이 많잖아요. 몸만 컸지 정신은 어린 사람들처럼 작품을 만든다는 이유로 1만 원짜리 장난감 포클레인을 원 없이 사들였다니까요. 하하. 관객들하고 호흡하는 뜻으로 만든 거니까 많이 와서 즐겁게 봐주면 좋겠습니다.”

이번 전시는 여행 중에 얻은 영감과 재료들을 활용해 꾸몄다. ‘풍경’과 선풍기 바람에 의해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검은 비닐봉지가 신비한 무늬를 수놓는 ‘여행자’ 등의 작품은 반복적인 일상과 기계들의 군무, 버려진 풍경들을 잡아내 우리 삶의 허무하고 쓸쓸함을 환기시킨다. 02-391-9171

설치인형작가 류정미 씨의 첫 개인전 ‘The Story… Continues’도 굳이 의미를 해석하려 애쓰지 않아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전시다. 엿 파는 아저씨, 생선장수 아줌마 등 시골장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 등 도시 소시민의 일상적 순간을 포착한 인형들의 표정에는 해학과 우수가 살아 있다. “인형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작가는 장식적인 소품과 더불어 사람 크기의 대형 인형 등 40점을 선보였다.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표 갤러리. 02-543-733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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