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고음불가’ 인기에 노래 틀리게 부르기 유행

  • 입력 2006년 4월 14일 15시 19분


'고음불가' 왼쪽부터 류담, 이수근, 변기수. 홍진환 기자
'고음불가' 왼쪽부터 류담, 이수근, 변기수. 홍진환 기자
'일부러 노래를 틀리게 불러야 폼 난다.'

회사원 이형근(李亨根·34) 씨는 최근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방에 갔다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 한다는 친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부러 음정을 틀려가며 노래를 불렀던 것.

김범수의 가요 '보고 싶다'를 부른 한 친구는 '더 이상 사랑이란 변명에'란 소절 중 '변명에' 부분을 제 음보다 현저하게 낮은 저음(低音)으로 불렀다. 해괴한 음정이었지만 동석한 친구들은 박장대소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고음(高音) 불가'의 영향이다.

2월부터 시작된 이 코너는 이수근, 변기수, 류담 등 3명의 개그맨이 함께 노래하며 고음 처리해야 할 부분을 일부러 저음으로 어색하게 불러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모바일에서도 이들의 인기는 그대로 이어진다.

2일부터 이들이 부른 노래 18곡을 벨소리와 통화 연결음으로 공급하는 다날에 따르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 음악사이트를 통해 10여일 만에 3만1000건이 다운로드 됐다.

김석현(金錫顯) 개그콘서트 PD는 "젊은층이 노래 음정을 변형해 부르면서 기존 권위의 해체를 통한 쾌감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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