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43>長(장)

  • 입력 2006년 4월 17일 03시 03분


하나의 한자는 매우 다양한 뜻을 갖는다. 그러한 다양한 뜻은 사람의 상상력 속에서 생성된다. 이제 한자의 의미가 다양해지는 원리를 알아보기로 하자.

‘長(장)’은 ‘길이가 길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文(글·문)’과 함께 쓰인 ‘長文’은 ‘긴 문장’이라는 뜻이다. ‘길이가 길다’로부터 ‘길이’라는 뜻도 나온다. ‘身(몸 신)’과 함께 쓰인 ‘身長’은 ‘몸의 길이’, 즉 ‘키’를 나타낸다. ‘길이가 길다’가 시간에 사용되면 ‘시간이 길다’, 즉 ‘세월이 많이 흐르다’라는 뜻을 갖게 된다. ‘久(오랠 구)’와 함께 쓰인 ‘長久(장구)’는 ‘세월이 흘러 오래되다’라는 뜻이고, ‘年(해 년)’과 함께 쓰인 ‘年長’은 ‘나이가 많다’라는 뜻이다. ‘길이가 길다’로부터 ‘길게 하다’라는 뜻도 나타난다. ‘延(끌 연)’과 함께 쓰인 ‘延長’은 ‘끌어서 길게 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延長’이 길이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길이를 끌어 길게 하다’, 즉 ‘길이를 늘이다’라는 말이 되며, 시간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시간을 끌어 길게 하다’, 즉 ‘기간을 늘리다’라는 말이 된다. 식물의 길이가 길어지는 것은 곧 식물이 자라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長’에는 ‘자라다’라는 뜻도 생겨난다. ‘生(날 생)’과 함께 쓰인 ‘生長’은 ‘나서 자라다’하는 뜻이 된다. 다른 것보다 ‘길이가 긴 것’은 앞장서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孫(자손 손)’과 함께 쓰인 ‘長孫’은 ‘가장 앞서가는 자손’, 즉 ‘맏아들로 이어지는 자손’을 나타낸다. 다른 것보다 ‘길이가 긴 것’은 우수하고 뛰어난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長’에는 ‘우수하다, 좋다’라는 의미도 있다. ‘長點(장점)’은 ‘우수한 점, 좋은 점’이라는 뜻이 된다. ‘길이가 가장 긴 것’이 사람의 집단에 적용되면 ‘우두머리, 어른’이라는 뜻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課長(과장)’은 ‘어떤 부서의 우두머리’라는 뜻이며, ‘長官(장관)’은 ‘가장 높은 관리’라는 뜻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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