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비결, 꽃에서 배우십시오”…법정스님 길상사서 봄법회

  • 입력 2006년 4월 17일 03시 03분


청명한 하늘 아래 쌀쌀한 바람이 꽃나무를 흔들어 꽃비 내리던 봄날, 법정(法頂·사진) 스님이 모처럼 강원도 산골에서 내려와 ‘꽃’을 화두로 행복론을 설파했다.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2동 길상사에서 가진 봄철 정기법회의 법문에서 법정 스님은 “눈부신 봄날에 활짝 핀 꽃들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회에는 1000여 명이 모였다.

법정 스님은 “꽃을 보고 좋아하는 것은 우리 마음에도 꽃다운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뭔가에 쫓기는 사람은 꽃을 보아도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고 새잎이 돋는지 지는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19세기 아프리카를 탐험한 한 유럽인의 이야기를 인용해 행복론을 이어갔다.

“탐험가가 원주민 3명을 짐꾼으로 부려 사흘 동안 휴식 한번 제대로 취하지 않고 밤낮으로 밀림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나흘째 되던 날 원주민들은 주저앉아 더는 움직이지 않았어요. 예정된 날짜에 도착해야 한다며 화를 내던 탐험가가 이유라도 좀 알려 달라고 하니, 원주민들은 그제야 ‘우리는 이곳까지 너무 빨리 왔어요. 우리 영혼이 우리를 따라오기를 기다려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꽃이 예뻐 보이는 이유는 내 안에 꽃이 있기 때문이지.”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2동 길상사에서 열린 봄철 정기법회에 신도 1000여 명이 모여 법정 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안철민 기자
행복은 추구하거나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한 스님은 “봄기운 철철 넘치는 오늘 하루도 봄을 감상하며 행복을 누리라”는 말로 법문을 마쳤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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