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44>革命(혁명)

  • 입력 2006년 4월 19일 03시 01분


오늘은 4·19 革命紀念日(혁명기념일)이다. ‘革命紀念日’은 무슨 뜻인지 알아보자. ‘革’은 원래 ‘가죽을 말리는 것’을 그려 낸 글자이다. 이 글자의 윗부분은 짐승의 머리를 나타내며, 아랫부분은 짐승의 가죽을 사방으로 벌려 말리는 모습을 나타낸다. 따라서 ‘革’은 ‘가죽, 가죽을 말리다’라는 뜻이 된다. ‘皮(가죽 피)’와 함께 쓰인 ‘皮革’은 ‘짐승의 가죽’을 뜻하는 말이다. 가죽을 말릴 때는 태양을 향하여 자주 가죽을 뒤집는다. 그래야만 가죽의 양면이 고루 마르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革’에는 ‘뒤집다, 바꾸다’라는 뜻이 생긴다. ‘命(명)’은 ‘운명, 운수’라는 말인데, 운명이나 운수는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흔히 天命(천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예전 사람들은 나라는 하늘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하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에게는 天命(천명)이 내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치를 잘못하면 하늘은 天命을 거두어들이며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天命을 내려준다고 보았다. 이것이 天命이 바뀌는 것이다. ‘革’은 ‘뒤집다, 바꾸다’라는 뜻이며, ‘命’은 곧 ‘天命’이므로 ‘革命’은 곧 ‘하늘의 명이 바뀌는 것’을 나타낸다.

‘紀’는 ‘실마리’라는 뜻이고, ‘念’은 ‘생각하다’라는 뜻이므로, ‘紀念’은 ‘생각할 실마리가 되는 것’, 즉 ‘생각할 근거가 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紀念品’은 ‘나중에 생각할 실마리가 되는 물품’이라는 뜻이며, ‘紀念寫眞(기념사진)’은 ‘나중에 생각할 실마리가 되는 사진’이라는 뜻이고, ‘紀念日’은 ‘어떤 일을 생각하는 실마리가 되는 날’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를 정리하면 4·19 革命紀念日은, ‘4·19혁명을 생각하는 실마리가 되는 날’이라는 뜻이 된다. 기념일을 ‘記念日’이라고 쓰기도 한다. ‘記’는 ‘기억하다’라는 뜻이므로 이는 단순히 ‘어떤 사건을 기억하는 날’이라는 뜻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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