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이란 이름의 ‘7080 vs 90’
장혜진과 윤수일의 공통점은 ‘컴백 가수’라는 것. 신곡 ‘겟차’를 내놓았던 이효리가 표절 시비로 낙하한 이후 2006년 상반기 가요계는 ‘올드보이’들의 세상이다. 이들 컴백 가수는 1970, 8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7080’ 가수 대 1990년대 인기를 누렸던 ‘90’ 가수들의 대결 구도를 그려내고 있다.
윤수일을 비롯해 14년 만에 컨트리풍의 음반 ‘2006 서수남, 오 멋진 세상’을 발표한 가수 서수남, 6년 4개월 만에 앨범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 )’을 내놓은 우순실, 12년 만에 15집을 발표한 장은숙, 올 하반기에 데뷔 35주년 앨범을 발표하는 양희은까지 ‘7080’ 가수들의 음반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맞서 10년 만에 4집을 발표한 ‘귀로’의 박선주, 5월 20일 10년 만에 컴백 콘서트를 여는 ‘015B’, 해체 5년 만에 재결성을 선언한 힙합 그룹 ‘업타운’, 댄스가수 현진영, ‘어떤가요’를 부른 발라드 가수 이정봉 등 ‘90’ 가수들 역시 ‘컴백’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앨범보다 관객들을 직접 만나는 공연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인터넷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015B’의 컴백 콘서트는 한 달 만에 4600석 중 3500석 이상이 예매돼 76%의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끝난 남성듀오 ‘패닉’의 공연 역시 80%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했다.
●신인 가수들은 어디에?
컴백 가수들의 인기는 단순한 ‘추억 팔기’를 넘어선다. 최근 유행코드를 흡수해 젊은층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 장혜진은 “단순히 옛 감성에 기대 컴백하려는 건 안일한 생각”이라며 “과거의 팬이었던 중장년층과 현재의 젊은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080’이나 ‘90’ 가수들의 컴백은 10대 위주로 편향된 가요계의 기형적인 지형도를 바꾸어 간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는 중장년층 관객들이 공연장으로 몰려가고 음반을 구입해 침체된 국내 음악산업에 숨 쉴 구멍을 내주는 효과. ‘패닉’의 이적은 “1990년대 가수들이나 그 윗세대는 분명 오늘의 아티스트가 가지지 않은 문화 코드를 갖고 있다”며 이들의 컴백이 가요계의 다양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노장들의 컴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이런 분위기로는 트렌드를 이끌 혁명가적인 신인들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음반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가요계가 신인 발굴에 망설이는 분위기인 데다가 갈수록 음악이 그 자체보다는 영화, 인터넷 등의 ‘부속물’로 지위 하락하는 상황이라 1990년대의 서태지처럼 문화코드를 바꿀 잠재력이 있는 가수들이 나와도 과거만큼 주목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작곡가 전해성 씨는 “21세기 가요계는 한 사람이 트렌드를 이끌어 가기보다는 다양한 장르에서 뛰어난 뮤지션이 등장하는 ‘군웅할거’형이 될 것”이라며 “신인 가수든 컴백 가수든 기존의 흥행코드를 답습하려 해서는 흥행도 뮤지션으로서의 인정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