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45>心·本(심·본)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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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심)’은 원래 ‘사람의 심장’을 그린 글자이다. 심장은 가슴에 있으므로 ‘心’에는 ‘가슴’이라는 뜻도 있으며, 모든 마음은 가슴속에서 형성된다고 보아 ‘마음’이라는 뜻도 있다. 심장은 육체와 마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핵심, 본원’이라는 의미도 가지며, 육체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하여 ‘중심, 중앙’을 나타내기도 한다. ‘중심, 중앙’이라는 의미가 일이나 사건으로 옮겨지면 ‘진수, 요점’이 되고, 식물로 옮겨지면 ‘줄기의 한가운데’를 나타내며, 촛불과 같은 것으로 옮겨지면 ‘심지’가 된다. 그러므로 ‘心’의 의미는 ‘심장, 가슴, 마음, 핵심, 중심, 중앙, 요점, (나무의) 고갱이, 심지’로 정리될 수 있다. 그런데 영어의 ‘heart’도 이와 같다. ‘heart’의 원래 의미는 ‘심장’인데 이로부터 ‘가슴, 마음, 핵심, 중심, 중앙, 요점, (나무의) 고갱이, (양배추 등의) 속, (밧줄의) 심’ 등을 나타낸다. 이를 보면 동서양의 심장에 대한 연상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本(본)’은 원래 ‘뿌리’라는 뜻이다. ‘뿌리’는 나무의 가장 밑에 있으므로 이로부터 ‘밑’이라는 뜻이 나오며, ‘뿌리’로부터 초목이 자라기 시작하므로 ‘근본, 기원, 바탕’이라는 뜻이 나온다. 그리고 ‘근본, 기원, 바탕’을 사람에 대입시키면 ‘조상, 고향’이라는 의미가 나온다. 요즈음도 本貫(본관)을 물을 때 ‘本’이 어디냐고 묻는데, 이 경우의 ‘本’은 ‘뿌리가 되는 고향’을 나타낸다. ‘資本(자본)’은 ‘자산이 되는 근본’이라는 뜻으로 이 경우의 ‘本’은 ‘원금’이라는 뜻이다. 영어의 ‘root’도 원래는 ‘(식물의) 뿌리’를 나타내지만 한자의 ‘本’과 같이 ‘밑, 근본, 기원, 바탕, 조상, 자손, 후예’라는 의미를 갖는다. ‘조상’과 ‘자손, 후예’는 서로 반대되는 의미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상’은 뿌리의 기원적 성격에서 나온 의미이며, ‘자손, 후예’는 뿌리가 뻗어가는 모양에서 나온 의미이다. ‘자손, 후예’는 미래를 향하여 뻗어가기 때문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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