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본)’은 원래 ‘뿌리’라는 뜻이다. ‘뿌리’는 나무의 가장 밑에 있으므로 이로부터 ‘밑’이라는 뜻이 나오며, ‘뿌리’로부터 초목이 자라기 시작하므로 ‘근본, 기원, 바탕’이라는 뜻이 나온다. 그리고 ‘근본, 기원, 바탕’을 사람에 대입시키면 ‘조상, 고향’이라는 의미가 나온다. 요즈음도 本貫(본관)을 물을 때 ‘本’이 어디냐고 묻는데, 이 경우의 ‘本’은 ‘뿌리가 되는 고향’을 나타낸다. ‘資本(자본)’은 ‘자산이 되는 근본’이라는 뜻으로 이 경우의 ‘本’은 ‘원금’이라는 뜻이다. 영어의 ‘root’도 원래는 ‘(식물의) 뿌리’를 나타내지만 한자의 ‘本’과 같이 ‘밑, 근본, 기원, 바탕, 조상, 자손, 후예’라는 의미를 갖는다. ‘조상’과 ‘자손, 후예’는 서로 반대되는 의미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상’은 뿌리의 기원적 성격에서 나온 의미이며, ‘자손, 후예’는 뿌리가 뻗어가는 모양에서 나온 의미이다. ‘자손, 후예’는 미래를 향하여 뻗어가기 때문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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